서로 다른 신을 숭배하는 기독교와 불교, 유교 등 세계의 종교가 ‘음악에 담긴 정신은 하나’라며 화해와 화합을 시도하는 21세기 초입, 전주에서 음악으로 만난다.
2001전주세계소리축제 특별 프로그램 ‘제의와 영혼의 소리’.
태고적 인간의 하늘에 대한 경외와 삶을 담은 종교·제례악을 통해 영혼과의 교감을 이끌어내는 자리. 유교와 불교, 기독교, 가톨릭, 무속 등 5개 영역의 종교음악이 만나는 장이다. 종교인들은 물론 일반인, 예술인들에게도 주목을 끄는 무대로 인간의 삶에 담긴 근본적 의의와 순수음악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좌석이 질서정연하게 배치되고 막혀있는 답답한 공연장에서 벗어나 고즈넉한 산사와 고풍스런 성당, 선비의 기품이 담긴 향교 등지에서 펼쳐져 종교에 맞는 음악에 대한 원형에 쉽게 빠져든다. 음악을 태생시킨 공간으로 되돌려 놓는 작업인 셈이다.
김제 금산사는 국보로, 전주 향교와 전동성당은 사적으로 지정돼 있어 공연장 자체가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간직하고 있어 공연장을 둘러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제의와 영혼의 소리’로의 여행은 14일 전주향교에서 시작됐다. 이날 낮 1시 대성전에서 열린 ‘제례악과 선비음악’은 집사와 집박, 연주자 50명 그리고 8명의 일무 등 60명으로 구성된 축제국악관현악단이 생생하게 재현했다.
이어진 선비음악은 궁중음악을 포함한 민간 상류층에서 연주되던 정악으로 서양의 클래식에 해당한다. 이날 선비들의 대표적인 기악합주음악인 ‘유초신지곡 중 상령산’과 대금의 독특한 음색괒 주법을 잘 살린 ‘청성곡’등이 대성전과 관람객을 조선의 역사속으로 이끌었다.
18일에는 기독교 음악이 전주의 가을밤 하늘을 장식한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찰스톤지역 흑인 아카펠라 여성합창단 ‘플랜테이션 싱어즈’가 이날 저녁 7시30분 바울교회에서 ‘흑인영가’를 들려준다. 이들은 암울한 현실로부터의 탈출과 내세에서의 해방 등 노예생활의 고통스런 현실에서 신앙과 상상의 세계로 도피하려는 소망을 담은 찬송가들을 흑인 특유의 리듬감으로 표현한다.
다음날인 19일 저녁 전동성당에서는 로마네스크 장식의 건물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가톨릭 음악이 장중하게 울린다.
72년 창단된 독일 뮌헨 비아노바합창단이 ‘그레고리 알레그리’ ‘안드레아 가브리엘리’등 15~16세기 무반주 미사곡과 최근에 작곡된 현대 미사곡을 새로운 감동의 무대로 엮어낸다.
주말인 20일에는 김제 금산사와 덕진공원에서 불교와 무속음악이 동시에 열린다.
20일 낮 1시 금산사에서는 전북도 무형문화재 제18호 영산작법보존회의 불교음악 무대가 산사의 여유로움과 함께 어울린다. 불교의식의 장엄함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는 이 무대에서는 판소리, 가곡과 함께 3대 성악곡으로 불리우는 범패를 만날 수 있다. 주로 재를 올릴 때 부르는 범패는범음인 소리와 작법인 무용이 모두 포함되는 장르지만, 보통 소리만을 일컫는다. 이날 금산사에서는 천상의 불보살을 모시는 의식인 ‘시련’과 부처께 공양을 올리는 ‘운수상단의식’ 등이 재현된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궤를 함께 하는 종교음악은 무속에서 나온 태초의 소리. 무속음악은 덕진공원에서 19일과 20일 잇달아 열린다. 우리 소리의 뿌리로 대표되는 굿을 통해 민속음악의 보고로서의 음악적 의미와 현대적 관점에서의 굿이 갖는 의미를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리. 19일 낮 2시 30분 전주 덕진공원에서는 여수상모살굿이, 20일 같은 시간에는 진도 씻김굿판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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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과 제의의 소리 일정
행사명 일시 장소 내용
흑인영가 18일 19:30 바울교회 미국 플렌테이션 싱어즈
흑인영성 찬송가 10곡 열창
무속음악-여수상문살굿 19일 14:30 덕진공원 세습무녀 박경자 등 30명 공연
가톨릭음악 19일 19:30 전동성당 뮌헨비아노바합창단
유럽정통미사곡 10곡 합창
불교음악-영산작법 20일 13:00 김제금산사 도무형문화재 영산작법보존회가
석가의 법회 영산회상 재현
무속음악-진도씻김굿 20일 14:30 덕진공원 인간문화재 박병천과 이수자들
/임용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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