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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오만함의 대가

 



그리스 신화에는 오만함으로 인해 신의 벌을 받는 사람들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유한한 인간이 자기 주제를 모르고 감히 신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신을 능멸했다가 어김없이 가혹한 대가를 치르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제우스의 총애를 받던 거부(巨富) 탄탈로스는 신들의 능력을 실험해보기 위해 자신을 살해하여 국을 끊여 신들을 대접했다가 영원한 굶주림과 갈증에 시달리는 벌을 받는다.

 

최고의 수금(竪琴)연주자인 마르시아스는 음악의 신 아폴로 앞에서 연주실력을 뽑내다가 산채로 살갗을 벗기우는 참혹한 고통을 당한다. 테베의 여인 니오베는 자식 자랑을 하며 여신 레토를 능멸했다는 죄로 열네 명의 자녀를 모두 한꺼번에 잃는 참변을 당한다.

 

모두 자만심이 지나쳐 도(道)에서 벗어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일을 경계하기 위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때 인간의 오만함을 벌하는 신들은 바로 자연의 질서, 혹은 우주 섭리의 대변자에 다름 아니다. 오만함은 으례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는 것이다.

 

요즘 소리축제 주최측의 지나친 자부심이 빈축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엄청난 예산과 지역주민들의 맹목적이다 싶은 소리사랑, 그리고 지역언론의 헌신적인 홍보열기 등에 힘입어 겨우 체면유지를 한 처지에 방자함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소리축제를 아끼는 마음에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비판을 자체하며 오히려 여러 악조건을 이겨낸 것을 대견스러워 해주니 이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기 잘났다고 으스대며 남들 비판을 코 등으로 흘리고 있는 것이다.

 

아뿔싸! 벌써 예비대회의 교훈을 잊었단 말인가? 앞으로의 축제를 견실하게 준비해나 가기 위해 다른 사람의 객관적 평가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판에 자축의 분위기에 젖어 흥청거리고 있다니! 오냐오냐하니까 할아버지 수염을 뽑는다던가? 저러다가 탄탈로스나 니오베 꼴이 되는 것은 아닐지. 벌써부터 내년 축제가 염려스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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