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태종(太宗)의 명신 위징(魏徵)은‘직언을 잘 하는 신하’였다. 태종이 정변을 일으켜 즉위하기 전 옛날 부하 한명이 독직으로 해임됐는데 태종은 어려웠던 시절의 충성을 생각해 그를 복직시켜주려 했다. 그러자 위징이 반대하고 나섰다.
‘폐하를 모셨던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면 백성들이 불안해 할것’이라는게 반대 이유였다.‘감히 임금의 뜻을…’할지 몰라도 관직의 기강을 세워야 한다는 그의 간언(諫言)을 태종은 받아 들였다.
그런 위징이지만 자신은 충신이 아닌 명신이 되기를 원하기도 했다. 태종이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양신은 자신도 세상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임금도 명군(名君)이 되게하며 자손들도 번성하게 합니다.
하지만 충신은 어느땐가 자신이 주살(朱殺)당할수도 있고 군주를 극악무도한 임금으로 전락시킴은 물론 나라와 가정을 파탄시킨후 오직‘옛날에 한 충신이 있었다’는 평판만 남길 뿐입니다.”라고.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이 엊그제 한 초청 강연에서‘대통령 앞에서 자기 목을 내놓고 직언할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그 정부가 잘 된다’고 강조했다. 요즘 날만 새면 잇따르고 있는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 연루의혹과 관련해서 한 말이 그 고언(苦言)에 담긴 함의(含意)에 쉽게 수긍이 간다.
지금 끝간데 모르게 번지고 있는 무슨무슨 게이트 파동도 그 실 대통령에게‘직언’을 할만한 참모들이 없었기 때문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일이 이지경이 되도록 핵심 측근에서 보좌해온 가신(家臣) 그룹이나 비서진들은 도대체 입을 봉하고 있었단 말인가.
하기야 그 비서진들마저 줄줄이 연루의혹에 시달리고 있으니 안타깝긴 하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지나치게 의혹이 부풀려진 정치공세적 측면도 없지 않은것이 사실이다.
하긴 법치(法治)를 주장한 한비자(韓非子)도‘군주의 얼굴빛도 살피지 않고 거리낌 없이 척척 직언하는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갈파한바 있다.‘군주의 마음을 읽고 거기에 이쪽 의견을 맞추는것’이 신하의 도리라면 당연히 충신보다는 명신이기를 더 원할수도 있으리라. 그렇지만 그건 몇천년전 왕조시대 얘기다. 지금은‘무지(無知)할지는 몰라도 진실을 꿰뚫는 능력을 가진 민중들의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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