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함재봉(咸在鳳)교수가 지난 7월 27일 중앙일보에 쓴 ‘친일파 대 빨갱이’란 칼럼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친일파 대 빨갱이’란 구도가 우리의 근현대사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친일파’가 한국의 경제를 성장시켰고 ‘빨갱이’들이 이끄는 체제 저항세력이 민주화의 동력이 되어 결국 ‘친일파’와 ‘빨갱이’가 남한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한 원동력이 되었단다.
‘친일파’와 ‘빨갱이’에 관심이 없는 붉은악마 또는 신세대에 의해 그 이분법적 구도가 이제 극복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빨갱이’라는 말은 나중에 살표보고, 오늘은 그의 ‘친일파’만 살펴보자. 그는 ‘친일파’를 “일제에 의해 국권을 강탈당한 후 조선사람들은 일제에 순응하면서 민족의 실력을 길러야 한다는 현실 주의적 ‘친일파’들”로 규정하고 있다. 참으로 너그러운 친일파의 개념이다.
우리는 일제에 순응하면서 민족의 실력을 길러야 한다는 사람들을 친일파라고 부르지 않는다.
우리가 일제와 관련하여 사용하는 친일파는 일제의 한국지배를 정당하게 생각하며 일제의 앞잡이노릇을 한 사람을 뜻한다. 이러한 친일파를 일제체제를 순응하면서 민족의 실력을 길러야 한다고 한 사람들과 동일시하는 것은 역사를 크게 왜곡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는 ‘친일파’가 정권을 잡아서 경제가 발전한 것처럼 가정하고 있다. 친일파가 아닌 집단이 정권을 잡았어도, 그리고 독재를 하지 않고도 경제를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일제시대의 친일, 해방 후의 독재, 그리고 경제발전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인데, 이를 동일시함으로써 친일하고 독재하여 경제가 발전했다는 이상한 주장을 하고 있다.
해방 이후 일본의 수출경제모델을 받아들여 경제발전을 추구한 사람들도 ‘친일파’라고 부른다고 해보자. 이때의 ‘친일파’개념은 일제시대의 ‘친일파’의 개념과 전혀 다르다. 일제시대 ‘친일파’는 식민지배의 앞잡이였던 반면, 해방 후 나타난 ‘친일파’ 독립을 유지하면서 한국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일본을 따르자는 생각을 가졌다.
같은 친일파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식민지배의 앞잡이를 일본식 경제모델추종자와 혼동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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