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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삭발

 

 

머리를 깎는 행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사롭지 않은 것으로 여겼던 모양이다. 종교에서의 통과의례적인 삭발이 있는가 하면 군인들처럼 단체의 결속과 통일성을 위해서 머리를 삭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죄수나 노예의 머리를 깎아 버리는 징벌적인 성격의 삭발도 있다.
특별한 경우이긴 하지만 치료를 위해서 머리를 깎은 환자를 배려해서 병문안을 가는 친구가 머리를 깎기도 한다. 최근엔 경희의료원 피고과의 의사가 탈모환자들의 심경을 느껴보기 위해서 머리를 깎은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또한 결의를 다지기 위한 삭발도 있다. 운동선수들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할 때 삭발을 하기도 한다. 이런 결의와 더불어 자신들의 생각이나 요구를 극단적으로 표시하기 위해서도 삭발을 한다. 각종 단체에서 본인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한 의지의 표현으로 삭발을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그런데 지난 22일 오후 1시 장애인 재활센터인 정립회관에서 부산 아태(亞太)장애인 경기대회 대표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희상 코치의 삭발식이 있었다. 선수들을 지도하고 그들의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코치가 대회를 앞두고 극단적인 의사표현방법을 택한 것이다.

 

삭발이라는 방법으로 세상에 알리려는 장애인대표선수들의 요구사항 중 당면한 것은 열악한 운동여건을 개선해 달라는 것이었다. 문제의 발단은 PC방을 개조해 만든 숙소에서 시작되었다.

 

체육기자재와 잡동사니, 그리고 평상과 매트리스가 널부러진 숙소환경은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체육에 대한 수준을 가능케 하는 것이었다. 선수들의 항의로 숙소는 여관으로, 다시 모텔로 바뀌었지만 10㎞나 떨어진 경기장까지 이동 중에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에 대해서 복지부가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각서를 요구해서 또한번 선수들을 흥분시킨 모양이다.

 

문제의 핵심은 장애인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족한 이들이 장애인들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장애인체육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어야 할 관계자들이 장애인대표선수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를 잘 몰라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 달라는 태도는 분명 함량미달이다.

 

이들이 사회복지정책을 입안하고 있을 수 있는 것은 언론과 사회가 이들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적기 때문이다. 다시는 장애인들이 삭발을 하지 않도록 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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