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결혼에 대해 한말은 지금도 명언이다. 그는 ‘결혼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후회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제자들 앞에서까지 아내 크산티페로부터 항아리에 담긴 물세례를 당한 그인지라 결혼생활에 회의를 느꼈을법도 하다.
하지만 그가 맞은 물세례의 원인을 살펴 보면 딱이 그의 주장이 옳다고만 할수도 없다. 그는 아테네거리를 맨발로 걸어 다녀야 할 정도로 주머니 사정이 형편없었다. 관념과 사색에 젖어 고뇌의 일상을 보냈을뿐 경제적으로는 무능한 남편의 표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생활비도 벌어 들이지 못하는 그에게 바가지를 긁어댄 아내에게만 너무 악처라고 손가락질 할 일은 아닌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러시아의 국민시인으로 추앙받는 푸슈긴의 경우는 대조적이다. 그는 빼어난 미모의 나탈리아와 결혼 했는데 그녀는 경박하고 사치스런 여인이었다.
어찌나 탐욕이 심했던지 푸슈긴은 단지 그녀의 장신구를 사기위해 글을 썼다는 말쟁이들의 비아냥을 들을 정도였다. 그러고도 그는 아내가 근위장교와 놀아 난다는 소문에 발끈하여 결투를 신청했다가 그 때 입은 상처가 화근이 돼 죽음에 이르렀다고 한다.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영점짜리지만 푸슈긴은 백점짜리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돈 못 벌어서 아내를 고생시키는 남편보다 사치와 낭비벽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열심히 글을 쓴 남편이 후한 점수를 받기는 오늘의 가치관으로도 이상스러울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결혼생활의 금과옥조는 사랑과 이해와 신뢰가 바탕을 이루는 것이다. 남편이 경제적으로 낙제점을 받는다 한들 사랑으로 감싸고 믿음으로 격려해 준다면 결혼이 후회의 대상이 될수 없고 하물며 ‘인생의 무덤’이라는 세익스피어의 자조(自嘲)가 통할리도 없다.
엊그제 결혼기간 내내 아내로부터 경제적 무능력자란 비난을 들었던 50대 가장이 이혼소송을 제기한 끝에 법원의 승인을 받았다 한다. 잘나가는 대기업 이사였던 남편의 수입은 상류층에 가까웠지만 그 아내는 결코 이에 만족하지 못해 늘 앙앙불락해왔던 모양이다.
법원은 ‘남편은 돈 버는 기계가 아니다’면서 아내의 탐욕에 제동을 걸었다. 아내로부터 구박의 굴래를 못 벗어나는 이 땅의 수많은 소크라테스들이 이 판결을 보고 손으로 쾌재를 부르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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