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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당등 주최, ‘판소리의 원형보존과…

 

지난 달 7일 늦은 밤, ‘판소리’가 유네스코의 ‘인류구전 및 세계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됐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판소리의 세계무대 진출 가능성을 한 단계 더 높였다는 기대와 함께 판소리를 제대로 보존하고 대중화·상품화하는 방안 모색이 절실한 과제로 안겨진 계기였다.

 

17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는 판소리를 보존하고, 문화산업으로서의 실천방안과 대중화를 모색하는 본격적인 학술발표회가 열렸다. 전라북도가 후원, 사단법인 마당(대표 정웅기)과 KBS전주방송총국(총국장 오태수)이 주최한 이 자리에서는 ‘판소리의 원형보존과 문화산업 혁신전략’을 주제로 전문연구자들이 판소리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 현실적인 과제와 방안을 제안했다. 공개적으로 논의되지 못했던 문화재 지정 문제를 비롯해 민감한 현안들이 들추어진 이날 문화계 인사들은 전북이 판소리의 발전을 위해 중심에 나서 해야할 일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 이날, 객석 청중들의 토론도 진지하고 활기가 넘쳤다.

 

△ 문화재 지정, 운용 방법 개선해야

 

판소리의 가장 큰 자원은 공력을 갖춘 소리꾼. 현재 다섯 마당 20여개의 바디가 전승되고 있는 판소리의 자원화는 무형문화재 제도의 역할이 크다. 하지만 이 제도가 ‘권위’로 변하면서 판소리 지망자들은 특정한 소리꾼에게 편중됐고, 유파 편중과 조교의 승계·숫자, 이수증 교부, 지원금 등 비효율적인 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유파나 전승의 가닥에서 소외된 명창들에 대한 배려도 아쉬움.

 

고려대 유영대 교수는 “전승현황과 제자양성 실태, 보유자·전수조교의 원형보존 실태 등을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문화재 지정제도의 정당한 평가와 공평한 운용을 제기했다.

 

전라문화연구소 최혜진 연구원도 “명창 등급 평가제 등을 통해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고, 차세대 명창 발굴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정과정에 문제점을 제기, 관련 법규 보완과 정비를 통한 투명성과 객관성 제고를 주문한 금오공대 김석배교수는 ‘예능 보유자의 권력화’와 ‘유파 편중’의 문제점을 들었다. 연구자들은 이와 함께 판소리 보존을 위해서는 판소리 자료를 체계화하는 아카이브 구축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대학 판소리 교육 체계화, 판소리 학과 개설

 

“판소리 전승은 판소리 교육과 직결되어 있다.”

 

고려대 김기형교수는 판소리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서는 대학의 판소리 교육의 체계화를 우선으로 꼽았다.

 

현재 판소리 교육의 통로는 정규학교 교육과 사설교습소의 두 축. 전국 18개 중·고교와 19개 대학에서 판소리 교육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고, 전국 1백여개인 사설국악교습소는 판소리 실기교육의 핵심으로 꼽히지만 갈수록 난립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공교육보다 사교육 의존률이 높고, 판소리 이론 교육이 특히 부실한 것은 가장 큰 난제. 김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의 판소리학과 신설과 전임교수 충원을 제안했고, 경희대 김진영교수도 대학에서의 판소리실기교육을 강화하고, 인접 학문간의 학제적 연계와 창극전문학교 설립을 판소리 교육 발전 방안으로 꼽았다.

 

△ 판소리는 살아있는 존재, 경험기회 확대해야

 

판소리의 문화유산 걸작 선정으로 세계는 판소리를 보존하고 육성하는 공동의 책임을, 우리는 세계의 지원이라는 혜택과 인류와 약속한 일을 추진해야 하는 부담을 떠 안게 됐다. 이제 과제는 판소리의 전통 계승 방법과 창조적 변화를 모색하는 일.

 

‘판소리 세계무형유산선정의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기조발제한 숙명여대 정병헌 교수는 “판소리를 살아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판소리를 이미 완성된, 전승력을 상실한 과거의 예술로 바라보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존돼온 판소리와 창조될 판소리가 언제나 함께 공존해야 한다는 의견. 정교수는 또 유네스코에 제출했던 신청서의 ‘실천계획’도 이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김대행 교수는 “판소리의 기반을 세계적으로 확충하기 위해서는 사설 번역사업을 더 활발하게 추진하고, 연행 형식을 거리·야외로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판소리문화 확산을 위해 창작판소리를 기반으로 단가·도막소리를 보급하고, 판소리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 “판소리를 음악이나 문학 등 부분적으로 보지말고 관계자들이 하나의 구심점을 향해 힘을 모아 입체적 전개가 이뤄져야한다”고 주문했다.

 

△ 문화산업콘텐츠로 활용 가능성 열려있다

사물놀이 장단이라는 한국적 소재를 접목시킨 ‘난타’와 한국의 영화 ‘서편제’·‘춘향전’, 일본의 만화영화 ‘센과 이치로의 행방불명’·‘원령공주’, 일본의 만화책 ‘미스터 초밥왕’ 등은 자국의 문화원형을 고도의 마케팅 전략과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해 성공한 사례들이다.

 

콘텐츠는 단순한 데이터베이스가 아닌 재구성된 하나의 상품. ‘국악중심’ 엄덕영 대표는 ‘판소리의 문화산업콘텐츠로서의 가능성과 전망’을 주제로 한 사례발표를 통해 “판소리의 문화산업콘텐츠란 방송·게임·애니메이션·영화 등의 직간접 소재로 쓰일 수 있는 콘텐츠로서의 상품화”라며 “장르의 특성상 음악이나 문화콘텐츠산업 이상의 소재들이 담겨 있는 판소리를 텍스트·동영상·음원·사진 등 크게 4가지로 분류해 디지털콘텐츠화 한다면 성장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문화콘테츠진흥원 나문성 팀장도 전주산조예술제를 통해 전국으로 퍼진 또랑깡대 박태오씨의 ‘스타대전’을 예로 들며 “기존 판소리를 보다 쉬운 사설로 개작하는 작업과 어린이동화를 판소리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전북대 김병기교수는 “판소리 보존이 확실하게 이뤄지면 문화산업은 저절로 흥하게 된다”며 “판소리를 산업화하기 위해서 변질은 철저히 배격하고 변용이 이뤄질 수 있는 방향에서 생각을 모아야 한다”고 판소리의 원형 지키는 일이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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