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성 편집부국장
지방에 적용하는 중앙의 논리를 보면 지역여론과 상관없이 닮았다. 내년도 예산을 짜는 요즘 특히 그렇다. 과거나 지금이나 중앙정부는 특유의 '원칙'과 '경제성'을 앞세운다. 현지 주민들은 이 논리에 답답할 따름이고, 사업은 해를 넘기거나 포기하기 일쑤다. 도대체 원칙이 뭐기에 이처럼 지방 주민들의 속을 뒤집고 흔드느냐는 불만도 가득하다.
감사원은 최근 김제공항 건설을 재검토하라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의 '경제성'이 전북도민을 한없이 불안하게 하고 있다. 따져보면 중앙이 말하는 경제성이란 게 다를 것도 없다. 한정된 예산을 생각해서 효율적으로 사업을 실현해 나가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방에서는 공감을 두지 않는다. 이러니 정작 제3자의 순진한 사람들은 헷갈린다. '말 그대로 경제적으로 하면 될 게 아니야…'그런데 이건 정말 순진한 사람들의 생각이다. 알만한 도민들은 다 알고 있다. 엄연한 지방현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가사업을 맘대로 이끌어 가고 싶은 것이 중앙의 논리라는 것을.
일련의 사태를 짚어보면 그게 분명해진다. 우선 이번 감사원의 판단부터 보자. 건교부는 지난 98년 감사원의 지시에 따라 서해안고속도로와 호남고속철도 등을 감안한 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고 수지분석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감사원이 우리나라 교통분야에서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용역기관의 그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용역을 해야 믿을 수 있다는 말인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경제적 타당성 용역에 대해 반복해서 재검토시킬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산자부의 산업단지 혁신 클러스터화사업도 그렇다. 전국적으로 각 지역 산업단지가 골고루 선정됐으나, 전북지역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산자부는 산업단지의 경쟁력과 지역내 경제 비중 등을 기준 삼았다는 것이다. 설명이 궁색하다. 이번에 선정된 다른 산업단지들과 비교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의료기기를 산업거점화하려는 원주단지는 관련 입주업체가 군산산단의 절반도 안되는 32개에 불과하나 클러스터화 단지로 지정됐다.
경제성이란 어떤 행동이나 이론이 생산적이고 합리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중앙부처나 정부가 요즘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이런 사전적 의미조차 모르는 것 아니느냐는 생각이 든다. 새 정부 들어 무엇보다 지방분권을 강력 추진하는 정부가 지켜야할 최고의 경제성은 전체적인 이익과 안정속에 지방발전을 추구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는 점을 그들은 잊고 있다. 지방의 여론을 배척하고 자칫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는 행위는 결단코 정부가 갈 길이 아니다. 정부가 내세우는 어떤 원칙과 경제성도 국민의 의사 위에 존재할 수 없다. 새만금 사업과 부안 방폐장 건설을 두고 우리는 얼마나 오랫동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갈등을 겪어 왔는가.
이제 전북도의회가 지역현안을 해결하기 위하여 21일부터 단식과 삭발투쟁을 시작으로 다단계 투쟁을 벌인다고 한다. 전북애향운동본부도 현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전북홀대를 강력 규탄하고 나서는 등 도민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지방분권시대는 중앙만의 논리를 뒤집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무엇이 국가 균형발전이고 지역혁신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앙 논리만으로 지방문제를 풀겠다는 위험한 발상을 경계한다. 지방이 공감하는 논리 대신 중앙이 자기 잣대로 만든 논리만 강요하는 나라에 미래가 있을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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