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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영 교수의 재미있는 '익은말'] 벌주

잘못한 벌로 마신다는 뜻의 ‘벌주(罰酒)’라는 말은 주로 술자리에서 쓰이는 말이다. 어느 약속한 술자리에 늦게 온 사람에게 술을 권하기 위해서 ‘후래 삼배(後來三杯)’라는 말 대신에 벌주를 마셔야 한다고 큰잔으로 따라 주거나, 또 술자리에서 술잔이나 그릇을 엎지르거나 무슨 실언을 했을 때도 벌주를 한 잔 먹어야 한다고 강권하는 일이 있다.

 

술꾼들은 상대방에게 술을 많이 마시도록 권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근원설화>

 

‘벌주’라는 말의 <근원설화> 로 고정된 이야기는 없지만 흔히 다음 이야기가 인용된다.

 

청파극담(靑坡劇談)을 비롯하여 그 밖의 여러 군데 나오는 이야기다.

 

조선 세조 때 신숙주(申叔舟)가 영의정에 임명되고, 구치관(具致寬)은 우의정에 임명되었다.

 

어느 날 세조께서 새로 임명된 신숙주와 구치관을 내전으로 불러 술을 마실 때 세조께서 “내가 묻는 말에 경들이 옳게 대답하지 못하면 벌주를 마셔야 한다” 고 하시니 두 정승이 그러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세조께서 ‘신정승’하고 부르니 신숙주가 ‘예’하고 대답하자 세조께서 나는 새로 임명된 정승의 뜻으로 신정승(新政丞)을 불렀는데 어찌 영상(영의정?신숙주)이 잘못 대답하시오. 그랬으니 벌주를 마셔야 한다고 큰잔으로 술을 주어 신 숙주가 마셨다.

 

세조께서 다시 ‘구정승’하고 부르니 구치관이 ‘예’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세조께서 나는 전부터의 정승인 구정승(舊政丞?신숙주)을 불렀는데 엉뚱하게 우상(右相?구치관)이 잘못 대답했다고 벌주를 마시라고 구치관에게 큰잔으로 벌주를 주었다.

 

이렇게 종일 두 정승이 벌주를 마셔 극도로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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