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르고 꿰매고 붙이다보면...아이들 꿈 '쑥쑥' 커가요
아이와 함께 자라는 '발도르프 인형'
파워렌인저나 바비인형의 생명력은 길어야 2주. 그러나 엄마가 직접 만들어준 인형은 다르다.
언뜻 보면 비슷해 보여도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져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인형. 독일에서 태어난 발도르프 인형이다.
독일의 헝겊인형 만들기 전통이 발전돼 나타난 수제 인형의 한 종류인 발도르프 인형이 어린 아이를 둔 가정에서 뜨고 있다.
"독일에서는 발도르프 인형으로 아이들을 교육한다고 해요. 아기들이 흘리는 침이나 코를 닦기 위해서라도 갓난아기가 있는 가정이라면 손수건인형 하나쯤은 가지고 있습니다. 또 옷을 갈아입힐 수 있는 발도르프 인형을 보살피면서 아이들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에 대해 배워갑니다.”
전주 한옥마을에 발도르프 인형 공방 '하늘공예방'을 연 강인선씨(35). 그는 "발도르프 인형은 1919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세워진 전인교육기관 발도르프학교에서 독일의 전통적인 인형만들기 기법과 학교의 체험교육을 결합시켜 만든 교육인형”이라며 "아이와 함께 자라는 인형”이라고 소개했다.
어린이집 교사였던 강씨가 발도르프 인형을 처음 만난 것은 2003년. 10년 전 한국에 발도르프 인형을 처음 들여온 김복희씨와 전주에 발도르프 인형을 알린 이현경씨에게서 직접 배웠다.
"아이들은 엄마가 손수 만들어주는 인형을 소중하게 생각해요. 엄마가 직접 낳았다고 느끼죠. 무엇보다 아이들 발달과정에 맞게 인형을 제작하는 게 중요해요.”
'하늘공예방'을 찾는 수강생 대부분은 주부. 독일에서 직수입한 천연소재로 만드는 만큼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에게 헝겊인형을 만들어 주려는 엄마들에게 인기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발도르프 인형으로 아기용품을 준비하려는 임산부들도 많아졌다. 천연손목딸랑이, 모빌, 흑백놀이책, 손수건인형, 매듭인형, 짱구베개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주부 허선주씨는 "아이들은 가지고 놀던 인형을 무의식적으로 입으로 가져가는데 발도르프 인형은 전혀 해가 없어 안심이다”며 "엄마가 인형을 만드는 모습을 아이들이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엄마의 마음이 전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창시절에 가정선생님이 '넌 여자냐, 남자냐'라고 할 정도로 바느질에 소질이 없었어요. 발도르프 인형도 바느질로 만들어 지지만, 서툰 솜씨로도 예쁘게 완성해 낼 수 있어요.”
김미화씨가 인형을 만드는 이유는 좀더 특별하다. 그는 아이들에게 발도르프 인형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동화구연가다. 김씨는 "발도르프 인형을 알기 전에는 부직포로 평면인형을 만들어 사용했다”며 "입체적인 발도르프 인형을 등장시키면서 아이들의 호기심과 집중력도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독일에서 왔기 때문에 인형에서 서구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인형을 만들 때면 얼굴 표정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한국적인 느낌이 나는 발도르프 인형을 개발하고 싶어요.”
발도르프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한국적인 정서를 담고싶다는 강씨. 생활인형으로서 발도르프 인형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다. 30∼40만원대에 이르는 고가의 완제품 외에도 핸드폰 고리와 같은 작은 소품에도 애정을 쏟는 이유다.
인형이 완성되는 순간 '우리 막내가 또 태어났구나'라고 생각한다는 강씨. 그는 "팔기위해 만든 인형이면서도 때로는 눈물을 머금고 판다”며 "큰 인형일 수록 완제품을 구입하는 것보다는 직접 만드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고 덧붙였다. '하늘공예방'의 발도르프 인형들은 2000원부터 1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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