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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석의 건축담론] 문만 바뀌어도 공간 성격 달라진다

주말에 모악산 나들이는 전주 사람들의 좋은 일과 중 하나가 되었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장소가 되었다. 지난 주말 대원사에 들렀다가 한지를 대신하여 폴리카보네이트라는 재료로 창호가 바뀌어 있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들의 생각 속에 전통건축의 창호는 한지로 마감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고정되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새로운 시도로 받아 들여졌다. 그래서 평소에는 들어가 보지도 않고 문전에 서 있기만 했던 대웅전 안에 들어가 문을 통해서 밖을 내다보고 다시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고를 몇 번을 했다.

 

건물에서 개구부는 눈이고, 코이고, 입에 비유할 수 있다. 어둡고 막힌 공간은 눈을 감은 것과 같고,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코가 막힌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한지를 사용한 전(殿) 내부에서 느낌을 표현하자면 눈을 지그시 감고 가만히 있을 때의 느낌이다. 비록 작은 공간이라 할지라도 적당히 어두워 깊이감이 있고, 타자의 의식에서 자유롭다. 또한 오감의 사용이 비교적 균형적인 사색적인 느낌의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에, 안이 들여다 보이는 투명한 문이 있는 전(殿)의 느낌은 눈은 뜨고 있는 공간이다. 밝아져서 주변의 사물이 선명하게 보이는 공간이다. 또한 타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며, 타자들도 내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시각적 공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창호의 마감재료 하나가 바뀌었는데 내부에서 느끼는 공간의 질과 성격이 달라진 것이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모악산 대원사의 경우는 전체적인 사찰건물의 창호가 관리및 유지상의 요구로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로 변경되었으며, 시선을 차단해야 하는 부분은 반투명 필름으로 마감되어 있었다. 세월이 흐르며 사찰에서 수행하는 방식도 관리하는 방식도 변화를 가져왔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목적과 빈도수 등 모든 면에서 변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건물의 내용도 조금씩 변할 수밖에 없고, 개구부도 그 한가지라 생각이 든다. 변화에는 득과 실이 있지만, 다양한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시도들이 있어야 비로소 우리가 찾아야 하는 전통건축의 계승요소들이 만들어지고 좋은 건축으로 계승될 것이라 생각한다.

 

노자 도덕경의 “道可道 非常道(말로 설명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다)”를 노마드적으로 해석한 장시기의 표현을 빌어보면 “길을 길이라고 부르면 이미 생산적인 길이 아니다”이다. 전통건축은 이래야만 한다고 정해진 틀로만 한정하는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 이미 생명력 있는 건축이라 보기 어려워진다. 물론, 문화재로 지정이 될 만한 기념적인 건물은 보존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전통건축이 살아남아 후세에 물려줄 건축으로 남으려면 생성하는 움직이고 변화하는 건축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건축사사무소예림.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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