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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건축단상] 건축과 영화

영화속 이야기 풀려면 건축적 공간·장소 필요

건축과 영화는 공간이라는 요소로서 표현된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한 점이 많다. 영화에는 그 속성 상, 작은 실에서부터 크게는 도시의 이미지까지 건축적 배경이 설정된다. 영화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실존하지 않는 가상공간이건 실존하는 공간이건 영화의 이야기에 맞는 건축적 공간과 장소가 필요한 것이다.

 

영화는 건축과 같이 종합예술로서, 공간, 빛, 색체, 음향, 동선 등 인간의 오감에 관련된 내용으로부터 자연, 역사, 사회, 인문적 내용까지 매우 광범위한 영향력을 우리에게 미치고 있다.

 

춘향전 영화를 제작한다면, 남원의 광한루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광한루라는 공간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춘향이의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광한루라는 건축의 외부공간과 내부공간에 존재하는 장소적 이미지를 영화라는 매체로써 담아내는 것이다.

 

독특하고 창작적인 영화로 평가받았던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에 미국의 저명한 건축가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에니스 하우스(Ennies House, LA)가 등장하여 건축공간이 영화에서의 상황을 더욱 긴박하게 끌고 가고 있다. 어둡고 좁거나, 밝고 넓게 설계된 대조적 느낌의 주택공간이 이 영화의 매우 중요한 시나리오적 상황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영화에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담고 있는 건축이라는 배경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일제 강점기의 유명한 영화감독이자, 배우,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인 춘사 나운규는 그의 대표작 ‘아리랑’(1926년 개봉)을 하필 왜 전주에서 촬영하였을까? 전주는 당시에 우리나라의 시대적 사회적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현실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도시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지금도 전주는 많은 감독들이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는 현상은, 우리지역이 도시건축적으로 시나리오적 배경이 우수한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우리 지역의 도시 건축에 대한 많은 문제점의 제기와 해결을 위한 대안이 제시될 때 마다 지역에 새로운 건축적 기능들을 다양하게 부여하고 설계하는 도시 재활 프로그램(urban rehabilitation)의 개념을 적용하게 된다.

 

전주 국제영화제(JIFF)를 계속 진행해 오고 있는 전주에 새로운 도시 재활 프로그램에 기획될 때, 도시 건축을 영화의 이야기처럼 엮어주자는 시도는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건축가·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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