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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석의 건축담론] 방의 사용이 시대의 반영이다

콘크리트의 사용, 엘리베이터의 사용, 난방방식의 변화, 양변기를 사용하면서 변화된 화장실은 우리의 주거의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기에 충분한 전환점이었다. 주거의 공간이 시대의 상황을 반영하는 척도라 할만하다. 주어진 환경에서 주거의 공간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여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재고해야할 문제들이 남아있다. 방을 나누는 문제가 한 예이다. 방을 나누는 문제에는 기술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당시의 문화에 맞는 다양한 힘들이 작용하게 된다. 가령, 가장의 권위를 중시했던 문화, 남녀의 구별을 중시했던 문화, 가사노동을 줄이려는 합리적인 생각, 생태적인 생각 등은 주거 공간의 변화에 보이지 않게 작용하는 힘인 것이다.

 

요즈음의 주거공간을 바라보면. 거실 중심, 안방 중심의 사고로 공간을 고정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가족 중에서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주부이다. 그런데 주부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방보다는 안방과 거실이 낮의 햇볕을 많이 받는 방위에 그리고 조망이 좋은 향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주택 내에서 가족 전체가 한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빈도수는 식탁이 거실의 소파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바람직한 가정생활을 위해 식사시간을 잘 활용해야 하며 주방과 식탁이 주택 내 어느 공간보다도 환경적 우위에 있어야 된다고 주장한다. 남편과 아이들이 나가고 난 아침에 넘쳐나는 햇볕과 조망은 빈 공간이 차지하고 주부는 햇볕이 없는 주방과 그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근대화 이전의 우리의 주거공간속에서 분방의 원리는 정택이나, 동택의 규모적인 차이는 있었어도 양택적 방위론의 측면에서 공간이 배분되었었다. 20여년 전부터(포스트모던이후)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으며, 우리나라 건축계에서도 양택에 대한 논문이 처음 등장했던 시기도 요때이다. 합리적인 사고의 영역으로까지 가기에는 미흡하고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속에 그 사고의 뿌리가 아직도 건재하고, 있기에 배워서 적용할 부분이 있기에 그 부분에 대한 고증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양택적 분방의 원리를 현대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요즘도 단독주택을 설계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던 산세나 터의 기운, 수맥과 같은 풍수적 요소나 분방(分房)에 관한 방위를 고려한 양택적 선택에 무척이나 신경을 곤두세우곤 한다. 자연 속에 내재한 질서를 건축 속에 적용하려는 생각으로 필자는 긍적적으로 생각한다. 그 시대에 일반적이었던 오행과 방위에 대한 생각이 지금도 우리의 주거 공간 속에 살아 있는 것이다.

 

/건축사사무소예림.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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