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시즌 돌아오니 옆구리가 시리네요" - 20대 회사원 이상원씨
"남자들이 가을 탄다는 걸 실감 못했는데, 친구들이랑 술자리 하다 보니까 가을이 전염되더라고요."
전남 영광에서 전주까지 날아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이상원씨(28).
그는 회사 동료들이 최근 자주 무기력하고 외롭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우울해지더라는 것.
잠이 쏟아져 아침마다 일어나는 게 힘들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해방되고 싶다고도 했다. 얼마 전엔 몸이 축나 병원신세까지 졌더니, 따뜻한 가족들이 그리웠다.
게다가 본격적인 결혼 시즌에 접어들자 이곳저곳 결혼식장에 불려 다니다 보니, 옆구리가 시리다는 느낌도 많이 받는다.
이씨는 "시간이 있어도 함께 공유할 사람이 없다는 게 속상하다"며 "올해 안엔 여자친구를 만들어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로움 느끼기 보다 가을 자체를 즐겨요" - 40대 자영업자 박배균씨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 문득 생각나는 시절이 있다.
한창 혈기왕성할 20대에 완주에서 농사를 지었던 박배균씨(43).
"지금은 여문 곡식들을 수확하는 시기죠. 낫으로 벼를 베고 짚단 옮기던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평온한 일상 속에서 휘파람을 불며 논길을 걸었던 여유가 그립네요"
특히 그는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가을 풍광, 잔잔한 호수에 비치는 은은한 불빛조명을 즐기기 위해 혼자 드라이브하는 것을 즐긴다.
자연에 대한 서정성을 느끼고 싶어 혼자서 매주 일요일 새벽 모악산 산행도 감행한다.
"특히 가을 산행은 울긋불긋한 단풍의 향연에 빠지는 즐거움이 있다"며 "정상고지에 올라가기까지는 힘들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시낭송을 좋아해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즐겨 읊는 그는 "고독함과 외로움을 느끼기 보단 가을 자체를 즐기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정성 더 깊어지고 아름다움에 눈 뜨죠" - 60대 교직원 정창현씨
"계절이 막바지에 달하니까, 외롭다든가 허무하다든가 그런 복합적인 기분이 듭니다. '센치'해진다고 할까요."
33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정창현(61)씨. 그는 늘 가을만 되면 찾아가는 곳이 있다.
부안 내소사 전나무숲길. 해질 무렵 달빛이 숲길을 고즈넉히 감싸는 풍광을 즐기기 위해서다.
즐겨 듣는 음악도 있다. 가수 김상희씨의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길'. 외롭고 힘들었던 군 시절에 꽂혔던 곡이다.
이맘 때는 학교 학생들이 공부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때이기도 하다. 그는 학생들을 위해 'Autumn leaves'를 들려준다고.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죠. 개인적으론 가을이 되면 자연에 대한 서정성이 더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땐 나들이를 가도 조그마한 꽃들이나 야생화가 눈에 안 들어왔는데, 지금은 그게 더 소중하고 이쁘고 그래요. 아름다움에 대한 눈이 트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60대에 접어든 가을은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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