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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욕 사로잡힌 '현대인 꼬집기' 전주시립극단 '귀족수업'

프랑스대표 코미디 연극 시연회…18일부터 이틀간 소리문화의 전당 연지홀

두시간 러닝타임 동안 암전은 단 두 번 뿐. 무대 위에 배우가 숨을 곳은 없다. 특히 주인공 '쥬르댕'역의 이병옥씨는 시종일관 노출돼 있다.

 

평소 주연 대신 개성있는 조연에 이름을 더 많이 올리던 이씨에게 '쥬르댕'의 무식한 언행과 민망한 신체표현은 일도 아니지만, 작품 하나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또 다른 일. 게다가 청음보다 탁음에 가까운 목소리는 번역극에 절대 유리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배우 이병옥'과 귀족 신분을 동경하는 돈 많은 중산층 '쥬르댕'은 썩 잘 맞아떨어진다.

 

전주시립극단 제86회 정기공연 '귀족수업'의 캐스팅을 직접 한 조민철 상임연출은 "자기 역에 대한 연구가 대단한 배우"라며 "배역을 파고 들어가는 성실함이 엄청난 체력과 연기력을 요하는 '주르댕'역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몰리에르의 '귀족수업'은 프랑스 최고의 코미디연극. 한마디로 관객들은 즐겁지만, 캐릭터들의 성격이나 직업 특성이 확실하고 정확한 만큼 배우들에게는 힘든 작품이다. 그러고 보니 웬만해서는 몸무게가 늘거나 줄지 않는 배우들이 살짝씩 야위었다. 발레에, 펜싱에, 귀족들이 받는 수업을 소화해 내느라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 탓이다.

 

우울한 사회 분위기에 고전희극을 선보이게 됐지만, 허욕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은 마냥 웃고 즐거워만 할 수 없다. 조 상임연출은 "꾸짖는 듯 정색하지 않고 유쾌한 방식으로 깨우침이 이뤄지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극 초반 '금전에 집착하는 예술'이 가여워 보이지만, "모든 귀족들이 그렇게 합니다."라는 반복되는 대사에 이내 곧 주제는 한 졸부를 향한 비웃음이라는 걸 알게 된다.

 

작품을 통해 부르주아, 귀족, 성직자들을 호되게 비판했던 '프랑스의 셰익스피어' 몰리에르의 천재성과 위대함은 희곡 자체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덕분에 원작에는 별로 손을 대지 않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를 관통하는 주제와 치밀한 극적구조는 호흡 짧은 요즘의 코미디를 넘어선다. 루이 14세의 주문으로 단 이틀만에 써낸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 좀처럼 보기 힘든 프랑스 작품에 새로운 관객 발굴은 덤이다.

 

공연은 18일 오후 7시30분, 19일 오후 3시·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문의 063) 275-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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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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