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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건강] 수험생 집중력과 한약

체질과 개개인의 상황따라 맞춤처방을

지난 주부터 날씨가 계속 화창하고 따뜻하더니 수요일 오후부터 바람이 불고 싸늘하다. 갑자기 공기가 냉랭해지고 춥다. 방송에서도 예년 기온에 비해서 쌀쌀한 날씨라고 한다.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수능 한파(寒波)'가 되겠다. 올해에 시험을 치르는 학생의 수가 67만 명이라고 하니, 당사자인 수험생들은 물론이고 학부모와 형제, 친지들까지 몇 백만 명이 가슴을 졸이며 긴장하는 날이다.

 

예부터 동양에서는 천인상응설(天人相應說)을 주장했고, 천지자연(天地自然)과 인간이 교감을 하며 서로 상호 영향을 미친다는 설을 말해왔는데, 수능한파 현상을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해설이다. 물론 재미있는 이야기로 넘길 수 있는 그럴 법한 설명이지, 곧이곧대로 현상을 따지고 인과관계를 밝히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통과의례이지만, 대학 입시와 출세만을 지향하는 요즘의 교육 풍토를 보면 답답함이 많다.

 

사회에는 흉악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되는 무한경쟁은 친구들 사이의 아기자기한 정이나 학창시절의 낭만을 잃어버리게 했다. 인성교육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과열 경쟁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도대체 우리 사회가 어디로 흘러가려는 것인가?

 

물론, 이런 무한 경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옛날부터 있어 왔다.

 

청초(淸初)인 1679년에 포송령(蒲松齡)이 저술한 「요재지이(聊齋志異)」라는 문집(文集)에서 교나 편(嬌娜 篇)에 보면, 소설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요즘 사람들은 책을 읽어도 과거시험에 주로 사용되는 팔고문(八股文)에 편중되어 공부한다"고 개탄하는 대목이 나온다. 400년 전에도 입시위주로 공부를 하는 세태를 꼬집고 있는 것이다.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약을 구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내년에 수능을 준비할 예비 수험생들에게는 입시 현실이 더 절실할 것이다. 카페인 성분의 각성제는 물론이고 판매가 엄격하게 제한된 약물도 찾는 듯하다. 그러나 집중력을 높여주는 약에 의존해서 공부해서 성공하기란 어렵다.

 

한의학에서도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익기총명탕(益氣聰明湯)이 있고, 수험생을 위한 처방들이 사용되고 있다. 누가 작명했는지 몰라도 총명탕(聰明湯)이라는 이름도 멋지지만, 이런 처방에 흔히 사용되는 익지인(益智仁)이라는 약재도 '지력(智力)을 더한다'는 기가 막힌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처방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체질과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맞춤 처방이 더 효과적이다. 몸에 담(痰)이 많아서 두통이나 어지러움을 가지고 있다면 담을 없애는 약물을 적절하게 추가해야 하고, 체력이 낮은 경우에는 기를 보해주거나 체력을 올려주는 약물을 같이 사용해야 한다. 불면이 있다면 멧대추를 비롯한 적절한 한약들을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약의 사용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방편으로 생각해야 한다. 학업의 첫걸음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하는 성취동기를 가지는 데에서 출발한다. 건강한 신체와 맑은 정신으로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내년 이맘때에 또다시 수능한파를 겪어야 하는 예비수험생 모두에게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

 

/장인수(우석대한방병원 한방2내과 과장)

 

▲ 장인수 교수는

 

한의학 박사

 

제2회 대한한의학회 학술상 수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의과대학 연수

 

우석대 한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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