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 증세를 보이던 10대 청소년이 타미플루를복용한 후 투신한 사건이 발생해 이 약의 안전성 논란이 재개됐다.
보건당국은 14일"타미플루와 이 사고의 인과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부작용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고강조하고 있지만 이미 이 약의 허가사항에는 이상반응을 경고하고 있어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일본서 10대 청소년에 집중 발생 = 타미플루를 복용한 후 투신과 정신착란등 이상행동을 보인 사례는 지난 2005년 이후 일본에서 집중 발생했다.
지난 2005년 일본에서는 이 약을 복용한 아동.청소년 12명이 사망했으며 정신착란, 경련,뇌염 등 신경정신병적 부작용 31건이 발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타미플루의 '이상 행동' 유발 가능성이 처음 제기됐다.
사망 사례 가운데는 12세와 13세청소년이 약을 두 차례 복용한 후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이 포함됐다.
2007년 일본 후생노동성이 "16세 이하 아동이 타미플루를 복용한 뒤 착란 증세등 이상 행동을 보이며 투신하거나 달리는 차량을 향해 뛰어들어 숨진 사고가 16건"이라고 발표하면서 안전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상 행동'에 대한 의약품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으며이후 이 같은 내용을 타미플루의 '경고' 항목에 포함시켰다.
이 경고 내용에는 미성년 환자에게는 고위험군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타미플루 사용을 삼가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이상행동의 위험이 있으며 혼자 있지 않도록 배려할 것'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라고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경고내용을 지키는 의사나 약사는 거의 없다.
◇"인과관계 규명 안돼" = 하지만 타미플루가 일련의 '이상 행동'을 유발했는지 인과관계는 밝혀져 있지 않다.
2007년에 미국과 일본의 보건당국이 조사에 나섰지만 타미플루가 자살행동이나 착란의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당시 조사에서 타미플루를 처방 받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사이에 이상 행동 발생 빈도에 큰 차이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는 상황이라면 사망자.중증환자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타미플루를처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부작용을 우려해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기피하다 자칫 신종플루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대의대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인플루엔자에 따른 고열이 뇌와 신경에 영향을 미쳐 환각.환청증세가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며 "부천에서 투신한 학생이 39℃의 고열이 있었고 약을 한 번 밖에 먹지 않았다는 것으로 볼 때 약물과 인과관계가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일본은 연간 800만~900만명에게 타미플루를 처방하고 있다"며 "워낙 사용량이 많다 보니 약물 복용 후 우연히 발생한 사건.사고가 이상반응으로 보고되면서 부각된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부작용 관리체계 부실 비판일듯 = 이번 사고가 타미플루에 의한 것이든 아니든 투약과정에서 이러한 이상반응 가능성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발생 후 모니터링과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타미플루의 설명서는 '이상 행동'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이런 내용이 복약지도 중에 충실히 전달되지 않는 실정이다.
또 이번 사고는 지난 4일 판매사인 한국로슈에 전달됐지만 이 회사는 10일이 지나서야 식약청에 보고했다.
하루 평균 10만명 이상에게 타미플루가 처방되는 상황에서 '늑장 보고'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부작용 감시.분석체계는 이제 '걸음마' 수준"이라며 "의약품시판 후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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