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멸망 "글쎄"…슬픈 살인 "뭘까"
요즘 같아서는 극장가기도 겁이 난다. 신종플루 때문에 괜히 기침만 해도 깜짝 놀라고 마스크만 쓰고 있어도 사람들이 피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 그러니 밀폐된 공간에 한 시간을 넘게 같이 있어야 하는 극장은 가장 무서운 공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개봉하는 재미있는 영화들은 또 극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든다. 내 몸만 건강하면 신종플루도 안 걸린다는데 보고 싶던 영화를 보는 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으려나.
▲ 2012 (모험, SF/ 157분/ 12세 관람가)
고대 마야 문명에서부터 끊임 없이 회자되어 온 인류의 멸망. 과학자들은 연구 끝에 2012년이 지구의 멸망임을 예견하고 각국 정부에 이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곧 그 예언대로 전세계에서 일어난 지진, 화산폭발, 해일 등 각종 자연 재해들로 인류 최후의 순간이 오게 되는데. 인류 멸망이 오기 전 이를 대비하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강대국들은 사람들을 피난시킬 계획을 세웠고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잭슨(존 쿠색)도 가족을 위해 피난길에 오른다.
'2012'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의문점과 공포를 적절히 이용해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영화 개봉 전부터 이미 이슈화 됐던 '2012년 지구 종말 설'과 딱 맞아 떨어지는 스토리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도 만점. 하지만 주목을 받는 데서 끝나는 것이 '2012'의 한계다. 영화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과학적으로 맞지 않는 근거 없는 얘기가 헛웃음을 치게 만들거나 '미국은 잘난 나라'라는 157분짜리 광고를 보는 기분이기 때문. 관람 후에는 2012년의 종말을 겁내는 게 아니라 2012년에는 인류 멸망이 오지 않을 거라는 위안마저 든다.
▲ 백야행 (스릴러/ 135분 18세 관람가)
영화를 보고 난 후 알게 된 사실은 영화 '백야행'이 일본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세 권이나 되는 장편소설을 2시간짜리 영화로 단축시켰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전혀 일본 스럽지도, 이야기가 부족해 보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출소한 지 얼마 안된 한 남자가 잔인하게 살해 당하고 이 사건이 14년 전 살인사건과 연관돼 있음을 안 수사팀은 담당형사 동수(한석규)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는 본능적인 직감으로 그 당시 피해자의 아들 요한(고수)이 연루돼 있음을 직감한다. 한편 재벌 총수 승조의 비서실장인 시영(이민정)은 승조를 위해 그의 약혼녀 미호(손예진)의 뒤를 쫓는데 그녀에게서 석연치 않는 과거의 흔적이 발견된다. 미호 곁을 맴도는 존재를 알게 된 것. 서로 다른 대상을 쫓다 한 자리에 모인 시영과 동수는 요한과 미호의 충격적인 과거를 알게 되는데.
영화 관람 후 찾아 읽은 원작 소설은 영화만큼 훌륭했다. 영화가 부족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원작소설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 소설의 디테일까지 살릴 수는 없었지만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가는 방식은 원작의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 낸 방법이었다.
책을 원작으로 가진 영화들은 대부분 원작을 따라가기 못해 손가락질 받는다. 표현 방식 자체가 다른 한계점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 감동을 못 따라가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 그런 면에서만 평가하자면 영화 '백야행'은 이미 원작을 뛰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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