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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500일의 썸머'

독한 여자를 사랑할 때

톰의 집에 초대된 썸머와 행복한 때의 모습. (desk@jjan.kr)

이번 주 극장가에 등장한 영화들 중 꽤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두 편의 영화가 있다. 역사를 바탕으로 만든 중국산 액션 드라마 '8인: 최후의 결사단'과 67회 골든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부분에 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 2개 부분 노미네이트 된 '500일이 썸머'. 솔직히 '8인: 최후의 결사단' 은 사전 지식 없이 본 바람에 관람 중 자버리는 사태가 발생해 이번 주 영화는 '500일의 썸머'로 결정했다. 코미디 장르와는 다르게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디까지나 주관적 평이니 평가는 개인의 손에 맡겨본다.

 

▲ 500일의 썸머 (코미디/ 95분/ 15세 관람가)

 

사랑 따위는 믿지 않는 여자 썸머(조이 데 샤넬). 그녀의 특기는 남자 속 뒤집어 놓기다. 특별한 관계에 빠지는 것을 거부하며 키스하고 손잡고 쇼핑하고 같이 샤워하는 사이를 '친구'라고 칭하는 이상한(?)여자다. 그런데 이런 여자에게 사랑을 느낀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톰(조셉 고든 레빗). 끝까지 남자 뒤통수를 치는 썸머에게 끝없는 사랑을 느끼는 톰 또한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떠나간 그녀를 그리워하며 미워하지도, 미워할 마음도 없어 보이는 이 지고지순한 남자가 그녀와 함께 지낸 500일의 시간을 복습하고 연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500일의 썸머'는 알다가도 모를 영화다. 어쩔 수 없는 것이 사랑이란 원래 그런 거라 하지 않았나. 더욱이 이 영화의 못된 여자 썸머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더욱 현실감 있다. 영화가 공개됐을 당시 썸머라는 인물에 대한 추측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지만 감독인 마크 웹은 픽션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 시작과 함께 뜨는 자막 - "이 영화는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이 특정 인물과 닮아 있다 해도 그건 절대적으로 우연입니다" 는 이 영화가 실존 이야기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 보였고, 특히나 이 자막 뒤에 따르는 한 마디 "특히 너! 제니 백맨(Jenny Beckman)! 이 독한 것!" 이 쐐기를 박아 버렸다. 후에 영화의 시나리오를 맡은 두 작가와 감독은 영화 내용의 상당부분이 자신들의 연애담에서 비롯된 것이며 특히 작가 중 한명인 스콧 뉴스타터가 2002년 사귄 여성이 썸머이자 제니 백맨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이 지나간 사랑 얘기가 더 현실적이고 슬플 수 밖에 없다. 영화의 내용으로 유추하자면 저 뻔뻔하고 염치없는 제니 백맨이자 썸머인 여자를 스콧 뉴스타터이자 톰인 남자는 아직도 사랑한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그 영화들은 진행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500일의 썸머'는 이미 지나간 사랑을 얘기한다. 뻔한 러브 스토리도 아니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도 없다. 500일간 유효했던 이들의 사랑을 돌이켜 보면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서로가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지는, 그리고 시간과 함께 사랑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보여준다. 연애관계의 출현, 성장, 성숙, 퇴화 단계랄까. 남녀 관계의 오묘함이 잘 살아 있어 신기하고 내가 믿고있던 사랑과 이별, 지나간 연애를 다시 떠올릴 수 있어 아름답다.

 

우리는 이별 앞에서 '왜 헤어져야해?'라고 반문하지만 상대방에게 직접 묻지 않는 이상 답을 얻을 수는 없다. 그리고 다른 사랑과 이별을 겪으면서 똑같은 물음을 반복한다. 물론 사랑이 끝나는데 정확한 이유나 명확한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또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이별의 이유를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500일의 썸머'가 도움을 줄 것이다.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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