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절한 선율 홍난파의 '봉선화'…우리나라 최초 창작 예술가곡
우리나라의 클래식, 첫 시 노래는 홍난파(1898~1941)의 <봉선화> 이다. <봉선화, 1920> 은 선율이 먼저 만들어 진 후 5년 뒤 김형준이 선율에 맞게 시를 지은 노래로서 이렇게 노래 선율이 먼저 작곡되고 그에 맞게 작시(作詩)하는 시 노래도 꽤 있다. 홍난파는 바이올리니스트였기 때문에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봉선화> 같은 애절한 선율이 떠올랐을 것 같다.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가 나온 지 100년 정도 지난 후다. 아름다운> 봉선화> 봉선화,> 봉선화>
우리나라에 등장한 초기 서양식 노래는 19세기 말 기독교의 전래에 동반된 찬송가이며 당시에는 찬송가나 외국민요에 가사를 바꿔 부르는 시 노래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봉선화> 는 시와 음악이 하나 된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 예술가곡인 셈이다. 봉선화>
<봉선화> 는 일제의 박해가 심해 처음에는 은밀히 불려지다가 1932년 <콜럼비아 레코드> 에서 최명숙 노래로, 4년 후 <빅타레코드> 에서는 박경희 노래로 음반에 실렸다. 그러나 <봉선화> 가 대중적 사랑을 받는 애창곡이 된 계기는 일본 무사시노 음악원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김천애가 1942년 무대에서 <봉선화> 를 하도 애절하게 노래 한 후부터이다. 봉선화> 봉선화> 빅타레코드> 콜럼비아> 봉선화>
<봉선화> 와 비슷한 시기에 작곡된 다른 가곡들은 박태준(1900~1986)의 <동무생각, 1922> , 현제명(1902~1960)의 <고향생각, 1922> , 이흥렬(1907~1980)의 <내 고향, 1926> 등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은 모두 작곡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음악가들이었다. 홍난파는 바이올리니스트, 박태준은 교회음악, 현제명은 성악, 이흥렬은 피아니스트였다. 그럼에도 이들은 시에 잘 어울어지는 노래를 만들어 이들 노래는 지금도 애창되고 있는 것이다. 내> 고향생각,> 동무생각,> 봉선화>
1930년대의 시 노래로는 홍난파의 <사공의 노래, 1932> , 현제명의 <그 집 앞, 1933> 등이 있다. 채동선(1901~1953), 김성태(1910~), 조두남(1912~1984), 김동진(1913~2009) 등 많은 작곡가들에 의해서도 예술성 있는 시 노래가 많이 작곡되었으니 채동선은 정지용의 시 <그리워> <향수> 등으로 작곡하였고 김동진은 시 노래에 우리의 전통정서를 반영하고자 노력하였다. 윤이상도 <고풍의상> <달무리> 등에 우리의 전통음악 재료를 시 노래와 결합하고자 노력하였다. 달무리> 고풍의상> 향수> 그리워> 그> 사공의>
1940년대는 광복을 전후하여 전반에는 일제의 우리문화 말살정책으로 인해 우리 시에 우리가락을 붙힌 예술가곡이 드물다. 1945년 광복 후에 정감 짙은 김소월 시가 나타나면서 억제되었던 창작욕구도 넘쳐나 시정 가득한 시 노래들이 많이 작곡되는 것이다.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대에는 김동진의 <6·25의 노래> <행군의 아침> , 윤용하의 <민족의 노래> <보리밭> 등 전쟁의 상흔이 반영된 노래들이 나타나기도 하고, 1960년대 이후에는 현대음악에 관심 있는 작곡가들에 의해 현대어법의 시 노래가 작곡되기도 했다. 백병동(1936~)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1960> <남으로 창을 내겠소, 1961> <강강술래, 1968> 등이 현대음악어법의 시 노래이다. 강강술래,> 남으로> 부다페스트에서의> 보리밭> 민족의> 행군의>
김동진의 <목련화> 가 1970년대에 대중노래처럼 사랑을 받게 되고 한명희 시에 장일남이 곡(曲)을 붙인 <비목> 이 한 TV드라마의 주제음악으로 선택되기도 하면서 우리나라의 시 노래, 예술가곡은 꽤 두터운 애호가층을 갖게 되는 것이다. 비목> 목련화>
시 노래의 짜임새는 음악은 같은 음악이 반복되는데 가사, 즉 시는 1절 2절이 다른 유절가곡(Strophic form)이 있고 시와 음악 모두 반복없이 길게 펼쳐지며 만들어지는 통작가곡(Through composed form)이 있다. 홍난파의 <봉선화> , 김성태의 <동심초> 같은 시 노래가 유절가곡이고 이은상 시에 김동진이 작곡한 <가고파> 같은 노래가 통작가곡의 시 노래이다. 두 형태가 부분부분 조합된 짜임새의 노래도 있다. 가고파> 동심초> 봉선화>
시 노래는 시를 운율에 맞게 노래하면서 음(音)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음악그림이다. 예를 들어서 '해가 바다로 가라앉네' 하는 시어(詩語)이면 해는 높은 음, 바다는 낮은 음으로 상징화 한 뒤 선율이 높은 음에서 낮은 음으로 내려가게 하며 해가 바다로 사라짐을 음으로 그리기도 하는 것이다. 문득 한 생각! 프랑스의 샹송이나 독일의 리트처럼 우리의 전통 시 노래인 민요, 잡가, 판소리 나 가곡, 시조, 가사를 현대 정서에 맞게 하여 온 국민의 사랑을 받게 할 수는 없을까? 김동진이 주창했던 '신창악'이나 지금 한켠에서 행해지고 있는 국악가곡, 국악가요가 그런 노력의 발현인가?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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