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여기서도 클래식 공연을?"
클래식 공연은 보통 많은 건축비가 들어간, 잔향이 좋은 콘서트홀이나 체임버홀에서 열리기 마련이지만, 요즘 이런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최근 미술관, 박물관은 물론이고, 연극 전용 소극장, 야외 공원, 심지어 길거리에 이르기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클래식 공연이 열리고 있다.
14일 낮 명동 입구에서는 때아닌 길거리 피아노 공연에 행인들이 걸음을 멈춰 섰다.
피아니스트 지용이 주인공으로 나선 이날 깜짝 공연은 '스톱&리슨(Stop&Listen)'이라는 제목으로 30분가량 펼쳐졌는데, 지용은 모차르트의 '작은별 변주곡' 등 친숙한 곡들을 선사해 큰 호응을 받았다.
앞서 지난달에는 연극이 주로 올라가는 대학로 소극장에서 이색 클래식 공연이 열려 관심을 모았다.
'소란(Fouillis)'이라는 주제 아래 26-28일 대학로에 자리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펼쳐진 당시 공연에서는 중견 첼리스트 양성원이 설치미술가 배정완과 의기투합, 콘크리트가 노출된 소극장을 배경으로 클래식 선율과 빛이 섬세하게 반응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연주곡목은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소나타였다.
클래식 음악에는 완벽하게 어울리지 않는 소극장이라는 이질적인 공간이었지만, 이날 극장을 찾은 관객은 음악에 몰입하는 집중력이 오히려 높아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지난달 19일부터 매달 한 차례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서울시향 오박사의 재미있는 클래식'을 진행하고 있다.
오병권 서울시향 공연기획 자문위원이 해설을 맡아 정오에 선보이는 이 공연은 점심을 하러 나온 광화문 직장인들을 겨냥한 것이다. 서울시향 단원들의 연주와 함께 클래식 감상법, 악기의 특징 등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진다.
미술관도 음악가들의 단골 행선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 연주자들로 구성된 세계적 실내악단 이무지치, 빈소년합창단은 지난 1월 내한공연 당시 '앤디워홀의 위대한 세계'전이 열리고 있던 서울시립미술관을 방문, 음악을 들려줘 관람객의 눈과 귀를 동시에 만족시켰다.
이밖에 내달에는 야외 공원에서 클래식 음악회가 예정돼 있다. BBC 심포니오케스트라는 내달 15일 올림픽공원 88 잔디마당 야외무대에서 내한공연을 펼친다.
광폭 마이크를 써야 해 섬세한 음향을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야외에서 상쾌한 봄바람을 맞으며 자유롭게 음악을 감상하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클래식 역사가 오래된 서구에서는 이처럼 콘서트홀을 벗어난 연주회가 드물지 않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은 피라미드 섹션의 오디토리움에서 매년 약 60회의 연주회를 개최,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젊은 음악인들을 소개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파크 콘서트 역시 공원이 시민 생활의 한 부분인 유럽과 미국에서는 흔한 일이다. 세계적인 클래식 축제인 영국의 'BBC 프롬스(PROMS)'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공연이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열리는 게 대표적인 예다.
음악계에서는 국내 클래식 공연장이 다변화되는 최근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용의 거리 연주회를 기획한 공연 기획사 크레디아 관계자는 "클래식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화되는 것은 그만큼 클래식 저변이 확대됨을 의미한다"며 "정형화된 콘서트홀을 벗어나 거리나 공원 등 일상 공간에서 접하는 클래식은 클래식 음악이 지루하고, 근엄하다는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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