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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의 명창이야기] (31)판소리 후원자 신채효③-신재효와 진채선

고운 얼굴 노래 또한 명창이라…진채선 대원군 집에 머물때…그리워하며 지은 <도리화가>

고창읍성내 동리 신재효선생 추념비. (desk@jjan.kr)

신재효는 57세 이후로 부인을 들이지 않고 독신으로 지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신재효가 길러냈던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소리꾼인 진채선과 신재효의 묘한 관계가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그래서 우리 지역에서 만든 오페라 <진채선> 에도 신재효와 진채선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묘사되었다. 최근에는 <도리화가> 라는 영화를 제작하겠다면서 신재효와 진채선의 애정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려고 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신재효와 진채선은 정말로 그런 관계였을까?

 

이 글 여덟 번째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진채선은 고창군 심원면 월산리 사등마을 당골의 딸이다. 어머니가 당골이었던 까닭에 진채선 또한 어려서부터 소리와 춤에 접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진채선의 선생의 소개로 신재효의 문하에 들어가 판소리를 공부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신재효는 1867년 경회루 낙성연에 진채선을 보낸다. 신재효로서는 자신이 길러낸 여자 소리꾼을 중앙에 있는 권력자들, 특히 당대 최고의 판소리 애호가였던 대원군에게 자랑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진채선은 한양에 올라간 뒤 대원군의 집에 머물면서 돌아오지 못했다. 진채선이 미모든 노래 솜씨든 간에 대원군의 눈에 들어 그랬을 것이다. 한양에 올라간 진채선이 돌아오자 않자 신재효는 진채선을 그리워하면서 노래를 지었는데, 그것이 <도리화가> 라고 한다. <도리화가> 끝에는 이 글을 경오년(1870년) 칠월칠석에 썼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증 선낭'이란 글귀가 있는데, 이를 '贈 仙娘'으로 보면 '채선 낭자에게 준다'는 뜻이다. 이렇게 해서 진채선과 신재효는 남다른 남녀관계로 엮여진다.

 

<도리화가> 는 '스물네 번 바람 불어 만화방창 봄이 되니, 구경가세. 구경가세. 도리화 구경가세. 도화는 곱게 붉고, 희기도 흰 오얏꽃이 향기 좇는 세요충은 (…) 붉은 꽃이 빛을 믿고 흰 꽃을 조롱하야 풍전에 반만 웃고, 향인에 자랑하니 (…)'로 시작한다. 난해구들이 많이 있어서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으나. 일단 붉은 <도리화가> 란 '붉은 복숭아꽃과 흰 오얏꽃 노래'라는 뜻이며, 붉은 복숭아꽃은 진채선을, 흰 오얏꽃은 늙은 신재효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인 듯하다. 그리고 맨 앞에 있는 '스물네 번 바람 불어'란 구절은 24년을 가리키므로, 진채선의 나이가 스물네 살이라는 것을 표현한다고 보고 있다.

 

또 <도리화가> 에는 '강호 위의 호걸들이 왕래하며 하는 말이, '선낭의 고운 얼굴 노래 또한 명창이라. 듣던 바에 으뜸이니 못 들으면 한이 되리. 그 중에 기묘한 이 쌓인 병이 절로 났네.' 이 말 듣고 일어 앉아 어서 바삐 보고지고. 주야로 응망하니 하룻날이 여삼추라.'라는 구절도 있다. 진채선이 미인인데다가 또 명창이었다는 것을 은근히 드러내면서, 채선에 대한 그리움을 강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쉰아홉 살의 신재효는 스물네 살의 진채선을 이렇듯 애틋하게 그리워하였다. 그러나 진채선 또한 신재효에 대해 그런 그리움을 가졌을까?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진채선 또한 신재효를 알뜰히 생각했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

 

그러면 왜 이렇듯 진채선에 대한 감정이 남달랐으면서도 신재효는 진채선을 대원군에게 보냈을까? 당대의 최고 권력자인 대원군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진채선을 이용했던 것일까? 신재효는 자신의 중인으로서의 처지에 대해 심한 절망감에 빠져 있었다. 신재효는 <자서가> 라는 글에서, "사나이로 조선에 생겨 장상댁에 못 생기고, 활 잘 쏘아 평통할까, 글 잘한다 과거할까."라고 하면서 심한 좌절을 토로한 바 있다. 그래서 결국 판소리에 심취하게 되었다고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신재효가 마음에 두고 있던 여인마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했다고 보기에는 <도리화가> 에 나타난 작자의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

 

/최동현(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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