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폭력, 포르노에 총격전까지 난무하는 베네수엘라 빈민촌. 10대 청소년들도 마약에 손대고, 총에 맞아 죽는 일도 흔다.
한줌 희망도 없을 것 같은 이 곳 아이들을 버티게 하는 힘은 음악이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엘 시스테마'로 몰려가 총과 마약 대신 바이올린을 든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ㆍ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의 줄임말로 무료 음악학교이자 오케스트라다.
1975년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가 허름한 차고에서 11명으로 시작한 엘 시스테마의 단원은 현재 184개 센터에 26만5천여 명.
지난해 20대에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수장에 임명된 구스타보 두다멜, 열 일곱의 나이로 베를린 필하모닉 최연소 입단 기록을 세운 더블베이스 연주자 에딕손 루이즈도 엘 시스테마 출신이다.
다큐멘터리 '기적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를 마약 천국에서 음악 강국으로 끌어올린 엘 시스테마의 어제와 오늘, 미래와 꿈을 소개한다.
단원의 80% 가량은 빈민가 출신이다.
음악은 아이들을 가난과 거리의 위험에서 해방시킨다. 아이들은 악기와 지휘, 노래를 배우면서 근사한 오케스트라 단원을 꿈꾼다.
악기가 부족해 처음 입단한 꼬마들은 종이로 만든 악기로 기본기를 익힌다. 소리는 안 나지만 합주가 이뤄지는 메커니즘을 깨우치고 배려와 협동심을 배운다.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한 소녀는 고대하던 오케스트라 연습 첫날 다리에 총을 맞았다. 총 맞은 것보다 연습에 빠지는 게 가슴 아팠던 소녀는 결국 목발을 짚고 연습장에 갔다.
엘 시스테마에선 장애도 문제 없다. 청각장애 어린이들은 음악에 맞춰 수화로 훌륭한 합창을 빚어낸다. 음악이 들려야만 음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란 걸 보여준다.
청각장애 합창단이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콧등이 시큰하다. "어떤 노래를 하다 보면 손이 날갯짓을 하는 것 같다"는 소녀의 손은 새라기보단 천사의 날개에 가깝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오케스트라 연주는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까지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도시의 삭막하고 낡은 건물, 빈민촌도 음악에 감싸여 아름답게 다가온다.
"모든 사회 문제는 배척에서 비롯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배척과 소외가 도처에 널려 있다. 풍요가 지나치면 권태와 염세에 빠질 수 있다. 가난한 아이들은 음악으로 마음의 부자가 된다."
35년을 쉼 없이 달려와 놓고도 "죽으면 쉴 시간이 많다"는 엘 시스테마 창립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의 말이다.
잔잔하면서도 진한 감동은 한 소년의 독백으로 더욱 긴 여운이 남는다. "우리는 범죄가 많은 곳에 살지만 음악을 가져서 행복하다."
12일 개봉.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1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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