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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한화ㆍ태광 '환부'조차 못찾았나

연일 압수수색ㆍ소환…"김준규식 패러다임 아니다" 檢 "문어발식 비자금엔 '저격형 수사' 어려워"

김준규 검찰총장은 부임 직후인 지난해 9월 검사장 회의에서 "의사가 환부만 효율적으로 도려내듯 정교하게 수사해 수사받는 고통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며 '신사다운 수사'를 강조한 바 있다.

 

곁가지 수사로 수사 대상을 압박하는 종래의 수사 방식을 버리고 말 그대로 환부만 신속히 도려내는 수사 방식으로 수사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는 역대 검찰총장들의 공통된 주문사항이었다.

 

하지만 최근 한화ㆍ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의 수사행보를 보면 김 총장이 강조한 '뉴 패러다임'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실제로 서부지검은 두 그룹의 비자금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연일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수사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수사 피해가 너무 크다'는 볼멘 소리가 재계와 해당 기업들 사이에서높아지고 있다.

 

법조계 내에서도 '효율적으로 환부만 도려내자'는 검찰의 수사원칙이 이상으로만 남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부지검 관계자는 29일 "법적 요건에 맞춰 비자금 규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결과에 대한 예측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압수수색ㆍ줄소환에 수사성과는… = 한화ㆍ태광그룹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부지검 형사5부(이원곤 부장검사)는 두 그룹의 본사 사무실 등 핵심 장소를 지금까지 10여 차례 뒤졌지만 비자금의 실체에는 아직 다가서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은 지난달 16일 한화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대기업 수사의 기치를 올렸고, 지난 13일 태광그룹 본사까지 급습하며 수사 대상을 확대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비자금 의혹을 규명하고자 한화 호텔앤드리조트와 협력사 태경화성 등 한화그룹 본사와 계열사를 대상으로 5차례나 압수수색 했고, 금춘수그룹 경영기획실장 등 경영진을 포함한 핵심임원들을 줄줄이 소환했다.

 

한화의 경우 서부지검 수사에 앞서 금융감독원 조사를 두달 동안 받았고, 대검에서 한달간 내사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5개월째 수사 및 조사를 받고 있는 셈이다.

 

태광그룹에는 '저인망'식 수사가 벌어졌다.

 

검찰은 보름 남짓한 기간 내에 이호진 회장의 개인사무실과 금융 계열사 2곳,모친인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의 집, 은행 대여금고, 서울지방국세청 등 10여곳을 전방위로 압수수색했다.

 

이 회장 모자(母子)를 제외한 대부분의 그룹 고위 관계자를 거의 매일 불러 10여시간씩 강도 높게 추궁했다.

 

이에 따라 태광 비자금을 둘러싼 의혹은 날로 커졌지만 검찰은 현재까지 비자금의 윤곽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자금 캐려면 전방위ㆍ장기수사 불가피? = 한화와 태광을 상대로 한 검찰의이 같은 전방위 수사는 대기업 비자금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검찰은 항변한다.

 

통상 대기업 부외자금(비자금)이 다양한 창구를 통해 문어발식으로 운용돼 꼭필요한 부분만 뒤지는 '저격형 수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방대한 자료 확보, 관련자 소환, 대대적인 계좌 추적은 불가피하며 여기엔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린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실제 검찰은 두 그룹의 비자금이 차명계좌와 주식, 보험금, 계열사 거래 등 다양한 형태로 운용ㆍ관리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잡고 수사 범위를 계속 넓히고 있다.

 

재경 지검의 한 수사부서가 재계 10위권(한화)과 40위권(태광) 대기업을 동시에수사함에 따라 원칙에 충실한 수사 준비가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서부지검 형사5부는 지난달 한화 수사를 하던 도중 태광그룹 비자금과 관련된제보가 접수되자 이례적으로 동시 수사를 결정하고 전격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현재 수사팀은 기존 검사 정원 5명에 대검 등에서 특별수사 경험을 쌓은 검사수명을 지원받아 태광ㆍ한화팀으로 나눠 이원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재조 시절 검사장급 간부를 지낸 한 변호사는 "대검 중수부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소속의 '특수통' 검사들은 공개 수사 이전에 오랫동안 치밀한 내사로 단서를상당 부분 확보한 뒤에야 핵심인물 신병 확보나 압수수색 등에 나선다"며 "상대적으로 수사인력이 부족하고 경험도 적은 재경 지검의 한 부서가 대기업 두 곳의 비자금을 동시에 수사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태광그룹의 경우 제보가 있었다 하더라도 제보를 토대로 사전 준비를 충분히 한 뒤에 공개 수사에 나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하며 서부지검의 '성급했던' 수사를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고통 너무 커" 불만 높아져 = 한화와 태광 그룹 관계자들은 검찰의 이런 행보가 장기화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검찰이 기업 밑바닥까지 훑었지만 비자금의 실체를 아직 다 파악하지 못했다는소식이 전해진 만큼 자칫 수사가 고착화해 기업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가 예상외로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수사를 받는 고통'도 심해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트럭 분량의 자료 제출 요구, 매일 이어지는 관련자 소환, 하루가 멀다하고 급습하는 압수수색 등을 감내하기에는 한계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 이들 기업의 얘기다.

 

회계자료 수년치 제출을 요청해 정상적인 업무를 보기 어려울 정도이고, 재무담당 임원이 '출근식' 소환에 심한 압박을 받아 입원 치료를 받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수사 대상인 한 그룹 관계자는 "수사를 받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고통이 너무크다"며 "문제가 제기되면 수사를 받는 게 당연하지만, 모든 의혹이 이른 시일 안에합리적으로 정리됐으면 하는 것이 기업 측의 솔직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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