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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춘분(春分) - 조상진

"춘분은 해와 달이 입맞추는 날." 이성교 시인의 '춘분'이라는 시에 나오는 대목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음을 재미있게 표현한 듯하다.

 

정끝별 시인은 이 즈음을 "고삐 풀린 망아지"라 했다. '춘분 지나'라는 시에서 "고삐 풀린 망아지가 달려간다 너도 달려간다 봄이라잖니!"라며 감성을 톡톡 건드린다. 맹사성도 "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흥이 절로 난다"고 했다.

 

경칩과 청명 사이에 있는 춘분(21일)은 태양의 중심이 적도 위를 똑 바로 비추는 날이다. 이날은 음양이 서로 반인 만큼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가 같다.

 

여기서 봄 춘(春)자는 艸(풀 초) 밑에 屯(모을 둔)자를 놓고 日을 받친 글자다. 둔자는 싹이 몰려 나옴, 햇볕(日)을 받아 풀(艸) 싹이 많이 움터(屯) 나오는 때, 곧 '봄'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대개 입춘부터 봄으로 치지만 유럽은 춘분부터 봄이다.

 

춘분은 만물이 약동하는 시기로 겨울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때다. 이때부터 약 20여 일간 기온 상승이 급격하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 일년중 농부들이 일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이 무렵부터 한 해의 농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춘분날 밭을 갈지 않으면 일년내내 배부르지 못하다"고 했다. 농촌에선 씨앗을 골라 피종준비를 하고 물을 받기 위해 물꼬를 손질했다.

 

그러나 호사다마랄까. 이 때를 전후해 바람도 많이 부는데 꽃샘 추위가 찾아와 심술을 부리기도 한다. 덕분에 "꽃샘 추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2월 바람에 김치독 깨진다"는 속담이 생겨났다. 또 중국 내륙 사막에서 피어오른 황사가 한반도의 하늘을 뒤덮는 때도 이 때다.

 

하지만 요즘은 춘분이고 뭐고 세상이 뒤숭숭하다. 지난 겨울동안 구제역과 AI 등으로 400만 마리에 육박하는 가축들이 살처분 혹은 생매장되는 비극을 치렀다. 그런가 하면 이웃 일본에서는 지진과 쓰나미, 화산 폭발로 난리다. 더구나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해 일본 열도가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를 연상시킨다. 지진이며 화산 등은 우리에게도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재앙이다.

 

그러나 어김없이 버드나무에 물이 오르고, 머지않아 노란 산수유 그늘이 펼쳐질 것이다. 보송보송한 볕을 받으며 무거운 옷도 벗어버렸다. 오는 봄을 마다할 수는 없지 않은가.

 

/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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