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서 열리는 스포츠 축제 빛내려 전주까지 한달음
'2011 전북도민체전' 개막식 행사가 진행되던 11일 오후 7시 전주종합경기장 상황실.
우리나라 장애인 육상의 '별' 전민재(34·지체장애 1급)가 어머니 한재영 씨(60)와 나란히 앉아 있다. 전민재는 지난해 '제10회 중국 광저우 장애인 아시아 경기대회' 여자 육상 100m와 200m(이상 T36)에서 각각 15초42와 32초52를 기록하며 은메달 두 개를 땄다.
지난달 27일부터 장애 선수들의 '태릉선수촌' 격인 경기도 이천장애인종합훈련원에서 장애인 육상 국가대표 8명과 함께 합숙 훈련을 하고 있는 그는 이날 두 번째 성화 봉송 주자로 예정돼 있다. 원래 이날은 훈련원 규정상 외박이 안 되는 날인 데다 다음날 전체 선수 기록 측정까지 있었지만, 전민재는 고향의 스포츠 축제를 빛내기 위해 3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전주에 내려왔다.
전승천 씨(64)의 1남6녀 중 셋째인 그는 여섯 살 때 뇌성마비에 걸렸다. 7남매 중 유일하게 장애를 가진 그는 동암재활학교 중 2 때 육상을 시작, 2006년부터 태극마크를 달았다.
현재 진안 반월리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매일 오전 10시면 마을버스를 타고 진안공설운동장에서 혼자 훈련을 하고, 오후 1시에 다시 버스를 타고 집에 온다.
"지난해 메달을 딴 뒤 정부에서 올해 50만 원씩 두 번 통장에 돈을 넣어 줬다"지만 여전히 35세 딸의 생계는 오롯이 농사꾼인 부모 몫이다. 전민재는 손을 자유롭게 못 쓰는 대신 "발로 그림도 그리고, 손톱도 깎고, 바느질도 한다"고 어머니 한 씨는 전했다.
인터뷰 내내 몸을 온전히 가누지 못하고, 말도 거의 못했지만, 전민재는 간단한 물음엔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 저으며 자기 의사를 분명히 표현했다. 구체적인 숫자나 날짜 등은 바닥에 발로 '그렸다'. 이메일 주소를 묻자 그는 왼손으로 오른손 팔목을 잡아 가슴에 모은 뒤 오른쪽 새끼손가락으로 상황실 컴퓨터 한글 창에 키보드를 쳐 'minj712@다음'이라고 썼다. 어머니 한 씨는 "몸도 성치 않은데 (대표팀 훈련 기간엔) 떨어져 있고, 먹을 것이나 제대로 먹는지…."라며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을 바라봤다.
전민재는 키 146㎝, 몸무게 38㎏으로 같은 종목 선수들 중에서도 몸집이 작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엔 적수가 없고, 세계에서도 손가락 안에 든다. 윗몸 일으키기를 하면 한 번에 50회씩 다섯 번을 하고, 10㎏짜리 역기를 들고 쪼그렸다 일어나는 스쿼트(squat)도 15회씩 다섯 세트를 하는 '악바리 근성' 때문이다. 실제 만져 본 그의 위팔과 종아리의 알통은 딴딴했다. 그의 꿈은 '2012년 영국 런던 장애인 올림픽'에서 2위를 하고, 결혼해서 분가하는 것이다. 이상형을 묻자 그는 오른발로 "착하면 돼요"라고 적었다. 연예인 중에선 "원빈"이 좋다며 수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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