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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과 조문

▲ 이주천 원광대 사학과 교수

12월 17일, 김정일이 급성심장마비로 사망했다.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3년만이다. 올해 북아프리카의 재스민 혁명을 거치면서 이집트의 무바라크와 리비아의 카다피를 포함하여 수많은 독재자들이 정변이나 혁명을 통해서 망명하거나 피살되었다.

 

저 멀리 북아프리카의 독재정권이 무너질 때 우리 사회는 그 정치적 격변을 냉정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어느 누구도 독재자의 최후에 동정을 표하거나 그들의 사망에 대해서 애도나 조문을 표하자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30여년동안 북한을 철권통치한 독재자가 사망하자 우리 사회는 심각한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마치 1994년 7월 김일성의 사망 이후 벌어진 남남갈등의 분위기가 재현되고 있다.

 

조문(弔問)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죽은 자에 대한 동정과 추모 및 애도의 뜻을 담고 있다. 자신이 평생에 걸쳐서 신세진 인물이거나, 친하게 알고 지내거나 아니면 존경할 만한 인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경우에 해당된다. 평가의 기준에 따라 애도의 무게나 비중도 달라진다. 국가 대 국가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렇다면 김정일은 대한민국에게 어떤 존재였으며, 대한민국에 대해 무엇을 했나? 한마디로 죽을 때까지 대한민국에 해악을 끼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일은 37년의 철권 통치기간 동안 '측근정치'와'광폭정치'를 하며 경제를 파탄시켰고, 300여만 명의 아사자(餓死者)를 발생시켰다. 폭압정치로 대량탈북을 양산하고 15만 명이 수용된 정치범수용소를 6곳, 교화소 7곳을 운영하면서 북한주민의 인권을 유린하였다. 심지어 김정일은 수백명의 외국인들을 납치하였고, 배후에서 각종 국제 테러를 지시했다. 1983년 아웅산 테러로 대통령 공식·비공식 수행원 17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그리고 1987년 KAL기 폭파사건으로 탑승객과 승무원 115명이 전원 사망하였다. 그리고 남북화해와 협력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도 대남무력도발을 감행했다. 2010년 3월26일 해군병사 40명 사망, 6명 실종의 천안함 폭침도발을 감행했고, 11월24일 연평도 포격도발로 해병 2명이 전사하고 민간인 2명이 사망하는 무력도발을 감행했다. 또한 김정일은 핵의 평화적 이용보다는 핵무기를 개발하는데 주력하여 2차례 핵실험을 함으로써 한국과 국제사회를 위협하였다. 북한의 3대 세습은 소련이나 중국과 같은 공산주의 종주국가에서도 볼 수 없는 봉건왕조시대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정계 및 사회 종교 노동계 지도급인사들 중에서 아직도 북한에 애도의 유감과 함께 조문을 표시해야하며 심지어 조문을 위해 방북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인물들이 있다. 그래서 탈북자들은 북한주민들 보다도 남한에서 김정일을 숭모하는 인사들이 많다는 점에 경악했다고 고백하는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김정일이 사망한 애도의 기간에, 굳이 북한을 자극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십년동안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에 심각한 평화의 위협을 안겨주었던 독재자의 사망에 조문을 표하라, 조문단을 구성하라는 등의 난리법석을 떠는 것은 자칫 김정일의 국제적 범죄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 김정일의 사망으로 한반도정세는 급변하게 될 것이다. 통일의 기회가 한층 가까이 다가올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 분열을 최소화하면서 국력의 극대화를 모색해야할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의 지도층은 이성을 잃지 말고 차분하게 김정일의 사망에 대응해 나갈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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