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 희 전주기상대 예보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설 지역은 호남 서해안과 강원 동해안이다. 특히 전라북도의 부안, 정읍, 군산 등 서해안지방에서는 12월부터 1월 사이에 시베리아 부근에서 만들어진 찬 대륙고기압이 확장할 때 많은 눈이 내린다. 또한, 강원도의 동해안과 대관령 등의 산간에서도 많은 눈이 내리는데, 최근 들어 강한 대설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2월 11일 강릉에서 77.7cm를 기록하는 등 1911년 기상관측을 실시한 이후 사상 최대의 적설을 기록하였다. 한편, 전라북도 정읍에서는 2005년 12월 21일에 45.6cm의 눈이 내렸는데, 이것은 1970년 기상관측을 수행한 이후 가장 많은 양이다.
일반적으로 고기압 권역에서는 상층공기가 내려와 발산하면서 날씨가 좋아지고, 저기압 권역에서는 하층의 공기가 수렴, 상승하면서 날씨가 나빠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겨울철 대륙고기압이 확장할 때는 상황이 크게 바뀌어 해안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리고, 바다 상태가 악화되는 등 위험기상이 나타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겨울철에 찬 대륙고기압이 이동해 올 때, 호남지방의 서해안에서 많은 눈이 내리는 원인을 보면 시베리아 부근에서 중국 대륙을 거쳐 매우 찬 공기가 이동해 와 서해상을 통과하게 되는데 이때 상층의 찬 공기는 서해상의 상대적으로 매우 따뜻한 바다 위를 통과하면서 상하층 사이의 심한 온도 차이와 수증기의 공급에 의해서 눈구름이 생성되어 많은 눈이 오게 된다(일명 호수효과). 이렇게 만들어진 눈들은 상층의 강한 북서풍이나 서풍을 타고 서해안으로 접근하게 되는데, 해안이나 산간에서는 속도수렴에 의해 에너지가 쌓이게 되고 많은 눈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30년 동안 평균으로 볼 때(평년 값), 전라북도의 정읍지역에서는 연평균 83cm 가량의 눈이 오는데, 작년 12월 30일에는 하루 동안 28.6cm가 내려 대설경보까지 발표되었다. 군산에서는 연평균 52cm 정도 내리고, 전주지방은 연평균 38.8cm의 눈이 내린다. 이렇듯 바닷가에서 가까운 해안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리고 있음을 보이고 있으며, 2005년 12월에는 전주에서 눈이 내려 쌓였던 일수만도 15일이나 됐다.
겨울철의 대설은 수많은 피해를 초래하게 된다. 특히 2005년 12월 4일에는 호남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려 대설경보가 발표된 가운데, 호남고속도로의 김제와 태인, 정읍 등 상하행선 100㎞ 구간에서 차량 진입이 전면 통제됐다. 또한 여러 학교들이 휴교한 가운데 강한 바람에 항공편도 무더기로 결항했고, 가축들이 동사하는 한편 시설작물들의 피해가 속출하였다.
특히 2005년 12월 3일부터 12월 23일까지 내린 눈으로 전라북도지방에서는 1명이 사망하고, 재산피해액은 역대 최고인 2193억원을 내타냈다. 주요 지역의 피해액은 정읍이 667억원, 고창 569억원 김제 234억원, 부안 426억원, 군산 146억원 등 서해안 지방에서 크게 나타났다.
이번 겨울철에 전반적으로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은 분포를 보이겠고, 강수량은 주기적인 기압골이 통과하면서 평년보다 다소 많을 전망이다. 한편, 우리나라 주변의 바닷물의 온도가 평년보다 다소 높게 나타나고 있어 찬 대륙고기압의 내습 시 많은 양의 눈이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기상에 착실히 적응하고 대비해 나가야 한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