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주부교실 전북도지부 회장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의 씨앗이 초록빛 싱그러운 새싹을 틔우는 계절,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다가왔다.
지난 3월 27일 전국주부교실 전북도지부 회원들과 함께 영산강에 새로이 조성된 승촌보와 죽산보 일대를 둘러보았다.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승촌보의 다섯 기둥은 봄볕에 지붕을 반짝이며 그 뒤로 보이는 무등산 자락과 함께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 호남평야를 상징하는 쌀의 눈, '생명의 씨알'이라는 콘셉으로 디자인된 승촌보는 4대강 16개 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보로 손꼽힌다.
그리고 옛날 융성했던 뱃길의 중심, 영산강의 영화를 재현한다는 의미에서 끊어진 뱃길을 잇고자 보 가운데 유일하게 통선문(通船門)을 만든 죽산보도 아름다웠다. 완공 이후에는 황포돛배가 통선문을 지나 나주 중심지까지 유유히 흐른다고 하니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겠다. 강변을 따라 쭉 뻗은 자전거길에는 벌써부터 자전거 동호인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보 주변으로 조성된 오토캠핑장과 수변 공연장은 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리는 듯 깨끗이 정돈된 모습이다. 봄이 한창 무르익는 4월이면 개나리, 벚꽃, 진달래, 철쭉이 차례로 꽃물을 들일 테니, 수변 곳곳은 흐드러진 봄꽃의 향연을 만끽하기 위한 인파로 더욱 붐비리라 생각된다.
인류의 문명이 강을 따라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되새겨보면 강은 살아 숨 쉬는 우리의 문화이자 역사요 지친 몸과 마음에 새 희망을 불어 넣는 활력소이다. 강을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과 잘 가꾸어진 휴식공간은 시민들에게 즐거움과 함께 자연의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그러나 지난날 인구증가와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우리의 강은 비참한 희생을 치뤘다. 물질만능주의가 가져온 풍요는 달콤했지만 인간의 이기심으로 오염된 강은 그 생명력을 잃고 말았다. 그렇게 신음하며 죽어가던 강을 '강다운 강'으로 되살리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 바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이다.
이는 우리가 겪고 있는 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생태계를 복원하여 강의 진정성을 찾아주기 위함이다. 강 주변의 생태하천과 습지, 갈대 군락지를 살리면서 조성된 자전거길, 쉼터, 전망대 등의 친수공간은 되살아난 강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이다.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강이 간직하고 있던 옛이야기는 흐르는 물길을 따라 더 많은 이들이 누리게 될 것이다.
자연에 대한 개발과 보존이라는 갈림길에서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변화하는 환경을 살피며 자연을 보존하는 일은 손을 놓고 바라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양립하는 두 논리 사이에서 공생의 의미를 찾아 강과 함께 살아갈 미래세대를 위하는 일이 진정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강은 자연이자 문명이다.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정부나 지역사회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민 개개인의 관심과 노력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되살아난 강에 추억과 사랑을 담고 그로부터 희망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주말에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호남의 젖줄 영산강변을 돌아보며 문화와 전통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황포돛배에 올라 시원한 강바람에 온몸을 맡겨보자.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