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선 국민의 명령 전북들불
19대 국회가 개원하였다. 임기를 시작하는 국회의원 모두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말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이들의 말을 선뜻 신뢰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들이 그동안 일부 국회의원들이 보여주었던 구태와 같이 국민을 외면하는 정치를 할 때 준엄하게 꾸짖어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세력중의 하나는 칼날같이 매서운 원칙으로 국회의원들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시민단체들이다.
이와 같은 시민단체의 역할로 볼 때 전북일보 5월29일자 오피니언지면에 김영기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가'반칙이 승리하는 관행, 검찰이 뿌리 뽑아야'라는 글을 기고한 것은 대단히 시의적절하고 옳은 지적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그동안 권력을 감시·비판·견제하는 시민단체 고유의 업무영역을 넘어서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권력지향적 태도가 종종 문제된 바 있다.
전북에서도 지난 4월 총선당시 일부 시민단체가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단체의 사활을 걸다시피 하며 뛰었다는 의혹이 널리 퍼져있었다. 사실이라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시민권력으로도 모자라 선출권력까지 얻어 뒤에서 수렴청정을 하겠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시민단체 출신 인사의 정계진출은 찬성하는 것을 넘어 적극 환영하는 바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공정해 보이는 시민단체의 옷을 입고 정치권의 구태를 비판하면서 속으로는 선출권력을 얻기 위해 권모술수를 부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비판했던 일부 몰지각한 정치권 인사들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칼럼을 쓰신 김영기 공동대표께 다음 두 가지의 질문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소속 단체의 직전 대표 중 한 분이 문제가 된 지역의 총선 예비후보 중 한 분이셨는데, 김 대표께서 선거와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도내 최대 일간지에 수사를 촉구하는 기고문을 실은 것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시는지?
둘째,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 과정에 일부 시민단체의 전직 활동가들과 회원들이 적극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이에 대한 대표님의 의견은 무엇인지? 활동가들의 경우 단체에 사직서를 내고 가서 형식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단체 전체의 실질적인 선거운동이었다는 지적이 있어서 드리는 질문이다.
공인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잣대는 나에게나 남에게나 공정해야 한다. 다른 정치인들에게 칼날 같은 잣대를 들이대며 비판하기 위해서는 소속 단체나 그 단체에 속했던 사람에게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아니 오히려 내 식구에게는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깨끗한 승복이 가능하고, 그만큼 우리 사회가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君君, 臣臣, 父父, 子子"라 하였다. 시민단체는 시민단체다워야 한다. 선거과정에서의 불법과 탈법을 이야기하면서 검·경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기 전에 소속단체가 특정후보의 공천을 위한 선거에 적극 개입했다는 세간의 의혹에 대한 자기성찰이 먼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흠이 있다고 해서 더 큰 흠에 대해 비판하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만, 만일 선거개입 의혹이 사실이라면 일반 시민들의 비웃음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의 부정과 부패를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시민단체가 비웃음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 염려되어서 드리는 한 시민의 고언이라 생각하시고 너무 나무라지 마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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