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인생 흥분' 꿈을 잃었다면…노년의 인도 여행 삶에 지쳤다면…
요즘 아이들의 꿈은 연예인 아니면 공무원이라 한다. 직업 선택의 필수 요소가 '안정'와 '재미'라는 교육 덕택(?). 하지만 현실에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공무원이다'의 이 남자는 '안정'을 위해 모든 것을 버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자신의 생활에 200% 만족한다.
마포구청 환경과 생활공해팀에 근무하는 10년차 7급 공무원 한대희(윤제문). 웬만한 민원은 일사천리로 해결하고 능수능란함을 보이는 그의 좌우명은 '흥분하면 지는 거다'다. 일명 '평정심의 대가'로 통하는 그에게 변화 같은 건 '평정심'을 깨는 인생의 적일 뿐. 퇴근 후 10년째 TV 친구인 유재석, 경규형과 함께 여가를 즐기며 잘 살아가던 그에게 홍대의 문제적 인디밴드가 나타난다. 소음공해 단속 중에 알게 된 홍대 인디밴드에게 휘말려 자기 집 지하실을 이들의 연습 공간으로 내주게 되고만 것. 급기야 이 밴드의 베이시스트로 공개 오디션까지 참가하게 되는데.
주제에 접근하는 다른 길을 택하긴 했지만 '나는 공무원이다'가 가고자 하는 길은 어른이 돼 버린 이들의 '진짜 꿈 찾기'다. 그래서 공무원들의 모습을 위트있게 표현한 '영어완전정복'(2003) 보다도 주위의 핍박 속에서도 꿈을 좇아가는 '댄싱퀸'(2012)이 더 생각나는 것. 이 단순한 이야기가 탄력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원톱으로 나선 윤제문의 연륜 있는 연기 덕이 아닌가 쉽다. 능청과 절제의 미묘한 줄타기를 소화해 내면서 관객을 설득하는 능력이 가히 대단하다. 문제는 후반부 밴드와 함께 하는 협연인데, 안타깝게도 전반부보다 즐겁거나 효율적이지 않다. 영화의 원제가 될 뻔한 '위험한 흥분'이 영화 속에서는 이 부분이 아닐까 싶을 정도. 오히려 '위험한 흥분' 뒤 돌아오는 '안정'과 '평화'에서 인생과 직장, 그리고 우리의 선택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제목에 '호텔' 때문에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나 야한 내용을 상상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코미디 영화는 찾기 힘들지도 모르기 때문.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영화다.
삶에 지친 황혼기의 노인 7명이 인도에 모인다. 남편과 사별하고 이제 혼자서 삶에 부딪혀보려는 여인, 평생의 과오를 바로잡으려는 전직 판사, 은퇴자금에 대한 불안으로 갈등하는 부부, 수술을 받기 위해 병든 몸을 이끌고 온 사람 등 사연은 저마다 제각각이다. 그런데 이들이 인도에 도착하기까지의 우여곡절보다도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은 더 난감하다. 웹사이트 '완벽한 호텔'로 소개됐던 그 곳은 새들이 둥지를 틀었는가 하면 문짝은 떨어진 낡은 건물. 7명의 노인이 꿈꾸던 노년의 여유와는 거리가 먼 공간이다. 그러나 풍부한 인생 경험에서 오는 연륜으로 의외의 상황에서 느닷없는 로맨스가 찾아오는데. 다른 성격과 사연에서 시작된 목적지가 같은 여행, 낯선 방식의 이들의 사랑은 어떻게 끝이 날까?
이 영화는 베스트셀러 작가 데보라 모가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개별 에피소드들의 연관성은 기대에 못 미치는 편. 제목이 제일 야하다고 할 정도로 이야기도 무난하고 안전하다. 그럼에도 주디 덴치, 매기 스미스, 톰 윌킨슨, 빌 나이 등 다 모으기도 힘든 베테랑 배우들은 각자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면서 그들이 출연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영화를 살렸다. 영화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감동은 모두 배우들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노년의 페이소스도 모두 그들의 공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아직 인생의 반도 달리지 않은 '젊은이'로서 삶의 용기를 잃은 이들이 있다면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을 찾아보면 어떨까. 인생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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