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전시회도 1~2년 준비하는데 블록버스터급을 몇개월만에?
전북도립미술관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세계미술거장전'의 9월 개최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베네수엘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의 해외전시 승인이 지난 17일에서야 이루어지면서 전북도립미술관이 계획한 다음달 7일부터의 전시일정을 맞추기에는 시한이 너무 촉박하기 때문이다. 작품 운송과 전시 등에 최소 5주 이상 필요하다.
이에 따라 도립미술관의 일반적인 전시일정은 물론, 블록버스터급 미술전시회의 국내외 홍보와 2012년 한국방문의 해에 맞춘 관람객 유치 등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조급한 일정 등으로 인해 체계적인 준비와 진행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또다른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북도립미술관은 피카소와 샤갈 등 베네수엘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는 세계 미술 거장들의 작품 70여점의 전시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6월 말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9월7일부터 12월9일까지 도립미술관 전관에 전시할 계획을 세우고 대외 홍보에 들어갔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현지 사정으로 최근까지 후속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면서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베네수엘라가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고가의 미술품을 해외로 반출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일각에서 제기됐다는 것. 여기에 베네수엘라에서는 국립미술관 주요 소장품에 대한 해외 임대의 경우 문화부 장관 승인을 필요로 하며, 그 승인이 이제야 이루어졌다는 게 도립미술관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도내 미술계 내부에서는 도립미술관의 의욕과 추진력을 높이 평가하더라도 해외 걸작들의 전시를 처음부터 너무 안이하게 생각해 빚어진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인의 해외 전시만 하더라도 해당 해외 갤러리와 1~2년 전부터 섭외하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따지는 게 기본인 데 몇 개월 만에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성사시키려 한 것 자체가 무리 아니냐는 비판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국제적 수준의 블록버스터급 전시 경험이 없는 미술관으로서는 좀 더 치밀한 계획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도립미술관은 올 전북방문의해에 맞춰 지난해 하반기에서야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구상했으며, 당초 7월 전시 목표로 유럽쪽에 선을 댔다가 비용 문제 등으로 무산되면서 지난 3월 이후에서야 현재의 베네수엘라쪽으로 부랴부랴 방향을 틀었다.
베네수엘라 정부 승인으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승인 과정에서 당초 임대 품목에 들었던 작품도 20점 가까이 제외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술관측은 몇몇 주요 작품이 제외됐다고 하더라도 당초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며, 세계 미술거장전으로서 손색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계약이행에 대한 문제 제기 등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립미술관측은 "당초 계획한 9월 7일 전시회 개최는 물리적으로 어려워 최소 한 달 정도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전시기간을 연말까지 진행할 경우 소기의 목적과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전시 공백에 따른 미술관 운영 문제는 기존 기획 전시회 기간을 2~3주 정도 늘리고, 나머지 기간은 어차피 거장전 준비 때문에 활용이 어려워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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