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ater 전북본부 시설관리팀장
필자는 최고기록 갱신에 한번, 건설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에 또 한번, 9월이 돼서도 지칠 줄 모르는 무더위의 기세에 다시 한번 놀랐다. 또한 미국 국립해양대기국이 10월 2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지구의 평균온도는 20세기 평균보다 0.67도나 높아 지구 평균온도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는 1880년부터 금년까지 133번의 9월 가운데 가장 더운 9월로 기록됐다.
반면 우리나라 기상청은 올겨울엔 예년보다 일찍 추위가 찾아오고 더욱 혹독할 것이라는 장기전망을 내놨다. 천고마비의 계절을 칭송하며 청명한 하늘과 단풍구경에 흠뻑 취해 있는 것도 잠깐. 이제는 혹독한 겨울 추위를 걱정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K-water 전북본부는 겨울철에도 다양한 절전활동을 펼친다. 직원 개개인의 전열기 사용을 제한하고 사무실 실내온도를 18도가 넘지 않는 수준에서 유지한다. 많은 직원이 내복을 입고 출퇴근하며 털신과 팔토시를 착용중인 직원을 사무실에서 보는 것 또한 낯설지 않다. 이렇듯 냉난방용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시기가 되면 필자는 에너지효율 개선과 관련해 우여곡절이 많았던 전북본부의 여의동 신사옥 신축공사 당시가 떠오르곤 한다.
때는 2010년 2월. 한창 신축공사가 진행되던 중 정부로부터'청사 에너지 효율화 대책'이 시달됐다. 같은 해 공사가 마무리돼야 하는 촉박한 상황에서 에너지 효율이 고려되지 않은 건축물의 에너지효율 1등급 취득이 의무사항이었다. 공사를 담당하는 시설관리팀 전직원에게 비상이 걸렸다. 마침 골조공사가 시작되기 직전이었기에 급박하게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한 설계변경을 하다보니 급기야 공사가 중지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건축·전기·설비 담당자 모두 에너지 효율개선을 위해 온갖 방법을 강구해 내야만 했다. 건축분야에서는 창호면적 축소와 고단열재로의 자재 변경을, 전기분야에서는 고효율 조명기구와 시스템으로 변경을 시행했다. 설비분야에서는 열교환기 등 고효율 설비로의 변경과 화장실 배기 팬(fan) 삭제 등 그야말로 대대적인 설계변경이 이뤄졌다. 정말 에너지 고효율을 위해 건물 입면 디자인과 공사 내용이 변경됐음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공사비용으로 정해진 준공기한을 맞춰야했던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에너지효율 1등급 취득 의무화'제도는 당시 담당직원들에게는 열지 말아야했던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았다. 하지만 판도라 상자 마지막에는 '희망'이 남아있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결국 모두가 합심한 결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심사에서 에너지효율 1등급 달성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전북본부 사옥이 업무용 건축물로서는 전국 제5호, 전북 제1호 에너지효율 1등급 건축물로 기록됐다.
건축물은 그 수명이 짧게는 20년, 길게는 100년 이상 된다. 또한 설계단계에서 결정된 건축물의 성능은 내구연한 내내 유지되거나 감쇄하며 에너지소비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건축물 에너지 효율에 많은 관심을 갖고 초창기 건축물 설계 과정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에너지 효율이 고려되지 않아 수십 년간 줄줄 에너지가 새는 건축물은 희망조차 남아있지 않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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