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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9의 진실공방

▲ 이기선 전주 완산구청장
가끔 텔레비전 앞에 앉아 심야토론을 보다보면 지금 토론을 하고 있는 것인지 거짓말 경연대회에서 말장난을 하는 것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자신의 주장이 틀렸음이 상대방에 의해 반증이 되어도 절대 후퇴하지 않고 자기말만 하기 바쁘다. 소위 말해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에게서 이성적인 판단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자신의 생각이 정답이라는 오만과 고집만을 엿볼 수 있으니 서글프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같은 모습을 비단 방송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행정에는 원칙과 절차가 있고 정해진 법에 따라 집행되는 법이거늘 동일 민원을 수십 차례 넣으며 당장 결론을 내달라고 강요하는 민원인을 대면할 때면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담당 직원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다른 해결방법을 제시해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본인의 말이 진실이고 100% 옳다고 강변한다. 사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자기 의견에 동조하면 유능한 공무원, 그렇지 않으면 무능한 공무원으로 단정짓기까지 한다.

 

설사 그렇다하더라도 공무원은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민원인의 말을 경청하고 민원인이 수긍할 수 있도록 이해시켜야지 공무원마저 두 귀를 모두 닫은 채 입만 열어 놓는다면 그 어느 쪽도 진실에 다가갈 수 없을 것이다.

 

진실은 산술적인 셈으로 규명되는 것이 아니다. 1+1=2라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 영역이며 에디슨의 말처럼 1+1이 1이 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3이 될 수도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우리는 진실 역시 단순히 다수결로 판명하려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악머구리(참개구리)가 끓듯'(여러 사람이 알아들을 수 없이 시끄럽게 떠들어 댄다는 말) 서로 자기 말만 해대다가 결국 51대 49가 되면 51의 편에 선 자들이 승리자가 되고 이들의 주장이 곧 진실이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다수결의 원칙이 민주주의에서 크게 유용한 것은 사실이나 정책의 옳고 그름이나 진실여부는 다수결로 가리기 어려울 때가 많다. 다수가 선택한 사안이라도 때에 따라서는 진실과 거리가 멀 수도 있고 다수의 선택이 언제나 정의가 되는 것 또한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1의 승리자는 49를 전혀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진실공방에서 우위를 점한 이상 49의 의견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마치 처음부터 100이었던 것처럼 행동한다.

 

다시금 정의사회에 대해 생각해본다. 51이 49에게 '너는 틀렸어'라고 손가락질 하지 않고 단지 다름을 인정해주는 사회, 49에 속해 있어도 억울할 일이 없는 사회, 그래서 개개인이 각자 가진 가치관을 유지하면서 주눅들지 않고 계속해서 남과 다른 이야기들을 쏟아낼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정의사회이지 않을까?

 

입을 연 것만큼이나 귀도 활짝 열어 타인의 말도 귀담아 들을 줄 아는'입과 귀가 균형을 이룬 태도'야 말로 민원인이든 공무원이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지켜가야 할 보편적인 태도이며 정의 사회를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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