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 때문인지 몰라도 나에겐 왠지 겨울에 만난 사람들은 날카롭고, 차가운 느낌으로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나의 이러한 생각들이 반전된 것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근무하게 되면서부터다.
우리나라 기부의 특성상 연간기부액의 반 이상이 추운 겨울, 연말연시에 집중되어있다. 사랑의열매에 근무하던 지난 10년 겨울동안 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이야기하고 함께 봉사했다. 그 겨울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다른 어느 계절에 만났던 사람들보다 더욱 따뜻하고 다정하고, 친절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내가 그 겨울 만났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나눔을 실천하고자 하는, 혹은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2009년 12월 함박눈이 내리던 어느 겨울, 직원이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사무실 3층에서 1층까지 후다닥 뛰어 내려와 다른 남직원들에게 도움을 청했던 기억이 난다.
이유인 즉, 한통의 전화가 와서 어떤 남자가 어눌한 말투로 ‘기부를 하고 싶은데 올라 갈 수 없으니 내려와서 성금을 받아가 주면 안되겠냐’ 라고 했던 것이다. 직원이 내려가 보니 전동휠체어에 몸은 비튼 채 앉아있는 남편 김규정씨, 그 곁에 말뚝처럼 서서 환한 웃음을 짓고있는 아내 홍윤주씨가 함박눈을 맞으며 직원을 기다리고 서있더라는 것이다.
“나누면 커지는 게 사랑이잖아요. 나도 장애인이지만 받는 것에만 익숙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나보다 더 불편한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나누고 싶어요” 굽은 팔과 비틀린 목을 힘겹게 움직이는 뇌병변 1급장애의 남편 김규정씨와 연신 미소를 짓는 지체장애 2급의 아내 홍윤주씨를 보니 순간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죄송스러웠다.
그 후로도 부부는 매년 연말이면 1년동안 장애수당과 수급비 중 일부를 모은 돈을 가지고 사랑의열매를 찾는다. 며칠 전, 올 12월에도 꼭 기부하러 오겠다며 전화를 주셨다. 다시 만날 부부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 아름다운 부부 외에도 매년 12월 말이면 전주시 노송동에 거액의 성금만을 놓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얼굴 없는 천사’, 매년 사랑의열매를 찾아 굶는 아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만 남긴 채 2000만원의 성금을 놓고 가는 ‘노신사’들까지 모두가 나눔의 천사들이다.
이렇게 전북도민이 모아주신 소중한 성금은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해 꺼져가는 생명을 되살리는 손길로, 독거노인 세대의 차디찬 아랫목을 덥히는 뜨거운 연탄과 소년소녀 가장의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뜻한 밥 한공기로, 배움에 목마른 아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는 희망의 빛으로 되살아난다. 이번 연말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11월 20일부터 내년도 1월 31일까지 연말연시 집중 모금 캠페인 기간으로 설정하고, 전라북도의 73일간 나눔이야기를 펼쳐 갈 예정이다. 총 48억 원을 목표액으로 정하고 본격적인 사랑의 온도를 올리기 위한 모금이 시작됐다.
모금 캠페인 기간동안 아름다운 나눔의 천사들의 이야기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나눔의 이야기들이 넘쳐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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