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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축구로부터 배우자

▲ 안상현 법무부 전주교도소 교도관
독일이 월드컵 4강전에서 브라질을 7-1로 꺾고 결승에 오르자 곧바로 인터뷰 세례가 쏟아졌다. 우승후보 0순위인 브라질을 안방에서 대파했지만, 선수들은 놀라우리만큼 냉정했다. “브라질을 이겼다고 해서 우승한 것은 아닙니다. 끝까지 집중하겠습니다.” “브라질을 크게 이긴 것이 우리의 자만으로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긴장을 놓지 않도록 할 것이며 오로지 결승전만을 생각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보면서 결승 상대로 어느 팀이 올라오든 독일이 우승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으면서 겸손의 자세까지 겸비한 팀이라면 능히 우승하고도 남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독일은 순혈주의를 고집하지 않고 능력만 있다면 누구든지 대표선수로 받아들이는 포용의 나라며 베스트 11은 인맥이나 명성이 아니라 체력지수와 각종 경기 기여도 및 당일 컨디션을 측정하여 합리적으로 선발한다. 훈련 때 선수들의 맥박, 호흡량, 활동량을 매분 점검하여 이를 데이터화하는 나라는 아마도 독일이 유일할 것이다. ‘인맥 축구’가 통용될 수가 없으며 선수선발을 둘러싼 잡음 또한 없다.

 

언론의 냄비근성도 없다. 독일은 2002년 월드컵 이래로 4회 연속 4강에 오르고 있는 강팀이지만, 독일 언론은 섣부른 예측이나 자극적인 기사를 지양하고 상대 팀 분석이나 약점을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에 관한 기사를 중심으로 내보낸다. 독일 팀이 역대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선취골을 내주면 급작스럽게 무너지는 경향을 지속해서 분석하면서 스포츠 심리상담사의 상주 필요성을 지적하고 선수의 정신 강화를 위한 각종 지원책을 현실화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독일의 우승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국민적 노력으로 이룩한 성과다.

 

부끄럽지만 비교를 해야겠다. 선수 선발부터 기용까지 잘못된 ‘의리’를 발휘해 국민에게 실망을 안긴 감독과 조 추첨 이후 장밋빛 기사를 쏟아내는 데 급급했던 언론. 1무 2패의 참담한 결과를 냈음에도 귀국 전 화려한 음주가무를 벌인 대표팀. 혁신 안을 내놓기는커녕 자리를 보전하기에 몰두하는 축구협회 임원진들. 오죽하면 대한축구협회와 국가대표팀을 해체(?)하라는 소리까지 나왔을까?

 

결과론에 입각한 마녀사냥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겠다. 하지만 냉철한 분석과 뼈를 깎는 자성은 있어야 한다. 잘못된 결과만 따질 것이 아니라 잘못됐던 과정도 철저히 돌아봐야 한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한국축구가 어떻게 퇴보했고 역으로 어떻게 해야 발전할 수 있는지를 뼈아프게 보여주었다.

 

독일 축구의 전성기는 오래갈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이룩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월한 체격조건으로 조직력에만 의존하던 독일 축구는 더 이상 없으며 남미의 개인기와 네덜란드의 전원공격 전원수비 등을 모두 구사하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압박을 풀지 않는 냉혈전사로 변모했다.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해 왔지만 결국 우물 안 개구리같이 퇴보한 한국 축구 역시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만이 답이다. 중요한 것은 대한축구협회가 그 답을 틀리지 않게 써내려가 4년 후 국민에게 제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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