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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장수에 화약공장 안돼

▲ 김영헌 재경장수군향우회부회장·전북도민회 3대 사무처장단 대표
지금 장수 남덕유산과 장안산에는 형형색색의 단풍이 물들고 있다. 깊은 산속의 골짜기마다 옥색의 물이 모여 용담으로 흘러간다. 장수는 전북의 동부 산악지방의 대표적인 산촌이다. 해발 400m쯤 되는 고지여서 한여름 뜨거운 태양이 서산을 넘어가면 밤은 선선하고 적막하다. 고향을 떠난 지 45년, 먹고 살 길 없어 서울로 왔지만 그 오랜 세월 아직 서울의 품속에 내가 안기지 못하고 이방인으로 서성인다. 그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사그라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60년대 말 서울로 올라 올 때만 해도 장수는 척박한 들녘과 황폐한 산야로 절망이 잡초처럼 뒤엉켜 있었다. 농사라고 해야, 일 년을 뼈 빠지게 논밭 사이로 헤매고 살아도 입에 풀칠하기 쉽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김제가 고향인 친구가 ‘춘궁기 장수사람들이 일거리를 찾아 헤매다 쌀을 얻어가는 일이 종종 있었다’며 기를 죽일까.

 

그랬다. 굶는 게 다반사였다. 그러했던 고향은 점점 발전 되어갔다.

 

다행히 일교차가 심한 고원지대에서 사과 농사가 잘 됐다. 장수 사과 맛이 전국을 휩쓸며 명품사과로 자리를 잡았다. 덩달아 청정지역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장수의 농산물도 소중하고 귀한 대접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장수의 변화는 남아있던 우리의 부모형제들이 눈물겹게 고향을 지키며 일한 덕이다. 25년 전 재경의 향우회 모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던 중 1999년 사무처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면서 고향과 교류가 활발해졌다. 서울도, 고향도 점차 경제적인 사정이 좋아졌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점점 애향심도 단단해졌다. 자연히 전라북도 도민회에 각 시·군 사무처장들의 조직이 활성화되고 14개 시·군을 방문하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지평선 끝없는 평야 새만금이 군산에서 부안까지 천지개벽하고 있었다. 서부 지방의 사무처장들도 동부지역을 방문했는데, 무진장 지역의 발전에 놀라워했다.

 

그런데 최근 우리를 화나게 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어느 기업이 화약(불꽃놀이)공장을 장수군 계북면에 짓겠다고 해서 시끄럽다. 전주지방에서 식수로 마시는 용담댐 상류지역이다. 중금속 유출이 문제가 된다고 하는데, 교묘하게 소규모로 환경영향평가를 피하는 것 같다고 한다. 물론 그 사람들은 중금속이 발생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여의도에서 잠깐 불꽃놀이를 하는 날에도 중금속 오염 시비 때문에 늘 시끄럽다. 장수는 물이 길게 흐르는 곳, 즉 물이 시작하는 곳이다. 그것도 청정의 덕유산과 장안산에서.

 

지난 10월 28일 장수군청 앞에서 화약공장 설립 반대집회에 향우회장과 회원들이 다녀왔다. 300여 노인분들이 대부분인 집회는 고향을 지켜나가는 작지 않은 힘이었다. 한마디 하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단상으로 올라가 마이크 잡은 내 목소리는 떨렸다. “여러분께 고향을 맡 객지로 떠나 살았지만 이제 우리도 여러분 곁에 함께 할 것입니다”

 

장수의 아름다움을 파괴하고 주위의 환경을 오염시키는 공장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아직 땅값은 싸고 주민들이 선량해서 만만하던가. 법의 허점 때문에 고향의 청정과 아름다움이 부서질까 두려워 잠을 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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