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선정 '2014년 올해의 전북인'
아름다운 뒷모습은 오랫동안 여운과 감동으로 남는다. 8년의 임기를 마치고 지난 13일 퇴임한 서거석 전 전북대학교 총장(60). 서 전 총장의 뒷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자리가 지난 10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린 퇴임식 자리였다. 1000여명의 학내외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서 총장의 퇴임식은 모두가 박수를 보내는 환한 자리가 됐다. ‘변화’를 꾀한 8년 임기의 ‘성적표’에 대한 박수였다.
세계 수준의 논문(SCI논문) 증가율 전국 1위, 2013년 이공계 교수 1인당 SCI급 논문 수 국립대 1위, 재정 지원 사업 증가율 국립대 1위, 가장 ‘잘 가르치는 대학’ 평가 전국 1위, 향후 5년간 지원되는 대학 특성화 사업 전국 1위 등 대학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많은 ‘기록’들이 서 전 총장의 재임시절 쏟아졌다.
이런 성과와 더불어 구성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점도 값진 ‘유산’으로 받아들여진다. 전북대의 도약은 정치·경제적으로 지역 여건의 한계만을 탓하며 전국 최하위를 당연시 해 온 풍토와, 전북도 전반을 짓눌러온 패배의식을 떨칠 수 있는 자극제가 됐다.
전북일보 기자들이 2014년 ‘올해의 전북인’으로 서거석 전 총장을 선택한 배경이기도 하다. 총장 퇴임 후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복귀한 서 전 총장을 지난 24일 대학 연구실에서 만났다.
-총장 퇴임 후 뒤돌아보는 시간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재임 시절 굵직굵직한 일들을 많이 추진했으며, 여러 방면에서 보람도 크실 것 같습니다.
“퇴임 전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우리 대학의 위상과 경쟁력이 크게 올랐다는 점과, 교수·직원·학생 등 대학 구성원들이 자존감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전국 대학평가 담당자들이 최근 20년간 한강이남에서 가장 발전한 대학으로 전북대를 꼽았습니다. 교육과 연구, 행정서비스·학생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본분을 다할 때 대우받을 수 있는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합심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명문대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점이 고무적입니다.”
-반대로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을 것입니다.
“개개 사안별로야 한이 없죠. 큰 틀에서 대학을 좀 더 개혁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 우리 전대의 시스템은 과거에 비하면 혁명적이라 할 정도로 큰 변화를 가져온 것입니다. 교수의 연구력 향상을 위해 도입한 승진요건이 국립대 중 가장 엄격하며, 국립대 최초로 교수 퇴출제를 도입했습니다. 전북대가 한국 대학변화의 아이콘이자 대명사가 됐습니다.
또 하나, 전북 도민들로 하여금 지역대학의 중요성과 존귀함을 느끼고 인식할 수 있도록 더 노력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과거보다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지자체나 전북도민들의 지역대학에 대한 육성의지가 다른 지역보다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른 대학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파격적인 제도와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요.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대학은 교육·연구·봉사의 기능이 중요합니다. 특히 대학 경쟁력의 요체는 교수입니다. 교수들이 변해야 대학이 바뀔 수 있습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는 것을 누구나 싫어합니다. 엄격한 잣대로 열심히 하는 분들에게는 그만한 인센티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교수 신규채용시 한국 최고의 역량을 가진 학자를 공개적으로 선발하기보다는 학연에 의하거나 자신의 제자를 뽑기에 급급했던 교수 채용 문화가 3~4년 전부터 바뀌었습니다. 검증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입니다. 논문 수에서 전국 30위권 밖에 있던 우리대학 인문사회계열 교수의 연구실적이 전국 6위까지 급상승 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합니다. 전국의 많은 대학 관계자들이 전북대를 배우기 위해 찾는 이유도 그 때문 아니겠습니까.”
-법학 전공이신데, 대학을 경영하는데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대학을 끌어가는 데 무엇보다 기본과 원칙에 충실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어려울 때 원칙에 입각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입니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은 구성원 각자 ‘본분을 다하자’는 것이고, 그에 따라 최상의 복지로 보답하고자 했습니다. 행정에 있어 절차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아무리 정당한 목적으로 일을 추진했어도 절차의 정당성이 지켜지지 않으면 무효가 되기 때문이지요.
-지역대학의 존귀함에 대한 노력이 미흡했다는 자성의 말씀도 하셨습니다만, 총장님은 재임 시절부터 지역사회와 대학의 협력관계를 많이 강조하셨는데요. 어떤 방안이 있겠습니까.
“요컨대 지역대학이 지역에 미치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입니다. 지역사회와 대학의 협력관계의 예를 들면 자치단체들이 서울에 장학숙을 두면서 전주·익산·군산에 장학숙을 두는 경우는 한두 개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아주 소규모입니다. 지역의 대학을 중히 여기고, 지역의 우수 인재들이 지역의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게 지역에 대규모 장학숙을 건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립 기금 및 운영비를 자치단체가 공동 출연하고, 출자한 만큼 기숙사를 할당해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구·경북이 그렇게 운영합니다. 전주의 경우 구도심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불어 언론과 교육계 등에서도 지역대학 보내기 캠페인을 벌일 필요가 있습니다. 꼭 필요한 경우 서울로도 보내야겠지만, 지역대학에서도 얼마든지 우수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인식 변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역대학의 발전을 위해 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한데요.
“대학에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상주하는 곳입니다. 대학이 지역발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업들이 대학에 연구소를 둬 기술적 애로를 해소할 수도 있습니다. 중소기업도 대학과 협력해 신기술을 활용하면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현재 자치단체와 협력이 최소한에 그치고 있습니다. 지방의원들도 출신 대학 이기주의에 사로잡히지 말고 진정한 지역발전을 위해 대학과의 협력에 관심을 가져줘야 합니다.”
● 서거석 총장은 투철한 사명감 · '진인사대천명' · 대학발전 견인
대학의 변화를 힘 있게 추진할 수 있었던 서거석 전 총장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서 전 총장의 지인들은 대학에 대한 깊은 애정과 투철한 사명감에서 찾는다. 책임을 맡으면 사즉생의 자세로 전력투구 하는 성격을 두고서다. ‘진인사대천명’을 좌우명으로 삼은 것도 이런 성격과 무관치 않다. 기본적으로는 대학에 대한 애정과 정성을 바탕에 두고 있기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서 총장 자신은 대학경영에서 멀리 보고 크게 보려고 했단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것은 디테일하게 살폈다.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입수하여 분석하고 주위 의견을 구한 뒤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해서 일단 결정을 내리면 불퇴전의 각오로 추진한다.
총장 퇴임 후 이런 업무의 중압감에서는 벗어났지만, 자신을 향한 엄격함은 여전한 것 같았다. 푹 쉬지 않았느냐는 안부 인사에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여전하다고 했다. 그는 요즘 대학 연구실로 출근한다.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 할 수 없었던 여러 일들을 하나씩 챙기고 있단다.
그는 ‘올해의 전북인’으로 선정된 것을 고맙게 여기면서도 자신이 클로즈업 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겼다. 후임 총장에게 부담을 줄 것을 염려해서다. 안식년을 활용해 내년 2월부터 1년간 미국(프린스턴대학)과 일본(도쿄대학)에서 초빙 교수로 활동할 계획이다.
△전북대 교수(1982.07 ~ 2006) △전북대 법과대학 학장 △전주고등법원유치추진위 공동집행위원장△국립법과대학장협의회 회장 △전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한국소년법학회 회장 △한국 비교형사법회학회 회장 △전북대 총장(2006~2014.12)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 회장 △전북도발전협의회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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