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적으로 얘기하자면, 최근 어린이집 누리과정 소요 경비를 국고 보조가 아닌 시·도교육청의 기존 예산으로 편성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시·도교육감들이 크게 반발하자, 아예 어린이집 보육비를 시·도교육청에 떠넘 법으로 못을 박겠다는 것이다. 예산 축소로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되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조세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인 지방교육재정은 이미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최근 몇 년간 정부의 세수는 계속 줄어들어 내국세에 연동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전년 대비 1조 3000억원 정도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학교무상급식조차 재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이 많고, 학교건물의 노후화로 인한 신·개축 수요 확대에 적시 대응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또한 인건비와 물가 상승분, 교육복지 확대 등에 소요되는 예산을 감당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빚을 내서 교육을 실시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동안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뿐만 아니라 학계와 교육계에서 한 목소리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증대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것도 바로 이런 사태의 심각성 인식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 여건은 아직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2014년 OECD 교육지표에 의하면 공교육비의 정부 부담률은 약 65%에 불과하여 가입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그만큼 학부모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교원 당 학생 수가 국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교육시설과 설비가 선진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실정인데 학생 수가 줄어들면 자연히 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며 교부금도 그에 맞춰 줄여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공약 이행에 급급해 현재의 열악한 교육 여건의 개선을 외면해버리는 처사이다.
당장 교육예산을 축소한다면 어떻게 될까? 교육청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 시설비, 운영비 등 경직성 경비는 학생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줄어들 수 없을 것이기에, 예산 축소는 학교혁신과 교육의 질적 개선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이다. 학교무상급식 확대 등 보편적 교육복지의 실현도 뒷걸음 칠 것이며,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정책 추진도 어려워질 것이다.
정부는 학생 수 감소를 교육예산 축소가 아닌 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학생 수 감소를 기화로 학급당 학생 수, 교사당 학생 수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보편적 교육복지를 실현해야 한다. 대통령 공약 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의 교육투자를 줄여서 교육이 부실해지는 상황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그건 교육복지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복지의 본질은 교육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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