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중학교에서 학생생활규정을 새로 바꾼다고 가정해보자. 학생생활규정에는 학생에 대한 포상, 징계, 두발, 복장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개정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큰 관심사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들과, 자녀의 학교생활에 관심 있는 학부모들에게도 큰 관심사이며, 또한 이에 대해 학생, 학부모, 교사는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부분 학교에서는 학교장을 포함한 교직원 몇 명의 주도하에, 지극히 형식적인 의견조사만을 거쳐 학생생활규정을 개정하였다. 실질적인 의견 수렴을 위한 노력은 매우 미흡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을 통해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학교자치의 모습일까?
일단 학생생활규정은 학칙의 일부이므로 법령상 최고의 학교자치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가 규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심의한 뒤, 학생대표, 학부모대표, 교원대표가 참여하는 ‘학생생활규정 개정을 위한 소위원회’에서 개정안 초안을 마련하고, 이 개정안을 교무회의, 학부모회, 학생회에서 각각 심의하게 된다. 심의 과정에서 초안에 대한 수정 요청이나 집단 간 의견 상충도 있을 수 있는데, 이 때 학교장은 학교의 대표자로서 이를 중재하고 조정하게 된다. 학교장은 개정 내용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이를 고집하지 않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여 각 집단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정안을 만드는데 기여한다. 바로 이것이 구성원들의 참여를 촉진하는 민주적 리더의 모습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정안을 두고 학생총회에서 찬반토론도 있어야 한다. 마지막 절차는 최종안을 학생이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하고, 학교장이 공포하는 것이다. 규정 하나 고치는데 꼭 이렇게 복잡하게 해야 하냐는 불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민주적 절차를 거쳐서 만들어졌을 때 학생생활규정은 정당성을 인정받을 것이며, 학생들은 스스로 참여해서 만든 규정을 존중하고 지키고자 노력할 것이다. 이것이 학교자치의 참모습이다.
그런데 많은 학교의 현실 모습은 어떠한가? 권한 행사가 대부분 학교장 중심으로 집중되고 있으며, 중요한 의사결정에 구성원의 실질적 참여가 제한되어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는 구성원의 참여와 권한의 분산이다. 학교가 자라나는 아동, 청소년에게 민주시민으로서 소양을 갖추도록 교육하는 곳이라면, 학교 운영 역시 민주적이어야 함이 마땅하다. 전북교육청이 추진 중인 학교자치조례의 핵심은 구성원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다. 학교민주주의는 교육주체들의 자발성과 참여를 높여 학교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학교혁신의 원동력임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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