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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근 개인문집 '고삐 풀린 세월'] 삶의 애환 넘어 전북 현대사 보는 듯

선친 황욱 선생 영향 받아 문화예술·유림 활동 펼쳐 / 10일 전주향교 출판기념회

한 인물의 개인사를 통해 시대를 읽을 수 있다. 그 인물이 정치·사회·경제·문화적으로 활동 범위가 넓었다면 그만큼 더 시대사를 확장시킨다. 격동의 현대사를 부여잡고 산 황병근 성균관유교총연합회 전북도본부장(82)이 개인 문집을 냈다. 〈고삐 풀린 세월〉(신아출판사).

 

개인 문집이지만, 개인의 애환을 넘어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전북이 달려온 발자취까지 읽을 수 있는 문집이다. 그의 삶이 그만큼 치열했기 때문이다.

 

그의 치열한 삶은 몇몇 이력으로 확인할 수 있다. 초창기부터 10년간 전북도립국악원장을 지내며 도립국악원의 오늘이 있게 반석을 놓았고,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과 전북예총연합회장 등을 지내며 전북 문화예술의 중심에서 활동했다. 두 차례에 걸쳐 전북도의원으로 정치권에 몸을 담았으며, 노인들로 구성된 에버그린밴드를 만들어 예술에서 나이가 없음을 보여줬다. 3년 전부터 유림들의 중심체인 전북유교연합회(전 유도회)를 이끌며 현역으로 사회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삶에서 유명 서예가인 선친 석전 황욱(1898∼1992) 선생을 빼놓을 수 없다. 문화예술 관련 활동과 유림 활동을 하게 된 바탕이 선친의 영향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석전 선생의 생전 모습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몇 차례 서울에서 가진 석전의 전시회에 윤보선·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유진오 박사, 이방자 여사, 황인성 전 국무총리 등의 얼굴들이 빛바랜 사진으로 등장한다. 석전 선생에게 보낸 박정희 대통령의 격려 편지와 윤보선 전 대통령·유진오 박사의 친필 편지도 수록됐다.

 

〈고삐 풀린 세월〉의 책 이름은 필자의 아픈 역사가 묻어 있다. 그의 두 형님이 좌익과 관련돼 연좌제에 묶여 취업이 불가능했다. 그는 공자의 말을 빌려 “15세 때 학문에 뜻을 두었으나 6·25전쟁으로 그 뜻이 무너졌고, 신분상 불구자로 묶여서 30세가 넘어서도 뜻을 세울 수 없었으며, 40이 넘어서도 미혹함을 떨칠 수가 없어 술과 벗삼아 살아오다가 하늘의 명을 알아차릴 수 있는 지천명의 50세를 훨씬 넘어서야 암울했던 역경에서 그 무거운 족쇄를 풀고 신분상의 해방을 맞았다”고 했다.

 

1985년 연좌제 폐지에 따라 초대 도립국악원장에 임명됐으며, ‘언감생심 꿈도 꾸어보지 못했던 고급공무원’을 하게 된 것을 두고서다. 그 절실했던 상황을 책 제목으로 드러낸 것이다.

 

문집은 ‘남기고 싶은 공적’ ‘칼럼’ ‘부록’(발간사 및 자서전’ 등 3부로 엮었다. 전북도립국악원 설립을 주도하게 된 상황, 도의회 활동, 석전선생 유작품과 문화재급 고서화 등 5200점을 국립전주박물관에 기증한 경위 등을 ‘공적’으로 세웠다.

 

20여 년간 신문 등에 게재한 글을 정리한 칼럼은 ‘목민하는 왕도정치의 구현을’ ‘과욕은 불행을 낳고 순리는 평화를 낳는다’ ‘문화예술은 인간 행복의 원동력이다’ ‘교육은 국가백년대계’라는 테마로 묶었다.

 

“소시 이후 도학을 숭상하는 가문에서 가정교육을 받고, 문화예술 분야에서 유어예(游於藝)하며 종사했기에 문화예술진흥과 도덕성 고양, 그리고 목민정치 구현과 권선징악이 주요 관심사였다”는 것.

 

부록으로 게재한 〈자서전〉에서 ‘인간 황병근’의 진솔한 면을 볼 수 있으며, 부인 전인주 여사(전 교사, 예절교육 강사)의 가문 이야기가 첨부됐다.

 

김남곤 전 전북일보 사장(시인)은 문집 발간 축사를 통해 “황 회장은 한 세기를 풍미했던 석전 선생의 괴석 같은 악필(握筆)과 그 웅건한 운필정신을 이어받았음인지 선악과 미추를 바라보는 비평의식이 확연하다. 한때 전북도의 의원으로 활동했던 정치 감각의 성과와 현 유교연합회 전북본부장으로서 이 땅의 실추된 윤리의식을 선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고 적었다.

 

출판기념회는 10일 오후 5시 전주향교 대성전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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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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