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계일 화백 , 퇴임 후 10년째 전주서 강의 / 붓질 하나도 정성…"지역사회서 말년 보람"
“이것은 색이 변화가 있고 부피감이 있어 깜짝 놀랐어. 저것은 꽃잎의 크기가 똑같고 번짐이 없어 단조로와. 너무 긴장하면 의식하게 되고 힘이 들어가. 이것은 잎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밑에 잎의 줄기도 먹으로 나타내 성공작이야.”
연꽃을 그린 10여장의 습작을 일일이 보고 잘되고 미진한 점을 지적하는 사람은 흰 수염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벽경 송계일 화백(75)이다.
그는 이어 대나무 습작 약 20장을 하나씩 살피고 지도를 이어갔다. 그는 말미에 “내가 지적하는 것을 절대로 반복하면 안 된다”고 이른다.
친구 따라 수강하게 된 윤계순 우석대 교수(식품영양학과)의 ‘숙제 검사’가 끝나자 송 작가는 자신이 ‘견본’을 그려 보인다.
그는 “건습·농담이 나타나야 하고 먹의 속성을 이용해 어떻게 꽃잎으로 표현할지 머릿 속으로 계산하고 미리 눈으로 그려봐야 한다”며 “종이 탓, 붓 탓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운영하는가가 관건이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전공과 전혀 달라 힐링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면서도 “사부님 덕분에 그림을 보는 눈이 조금 생겼다”고 말했다.
한국화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이고 새로운 문인화에 천착한 송계일 화백이 정년 퇴임한 이후에도 약 10년간 이를 잇는 가르침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매달 격주로 경기 양평에서 전주를 오가며 문인화를 지도하고 있다.
17일 전주시 덕진구 견훤왕궁로에 있는 YMCA건물 5층에서는 수요일을 맞아 수업이 한창이었다. 오후 3시부터 한 두 명씩 모여들어 보통 오후 10시, 때로는 자정이 되서야 수업이 끝난다. 수업은 목요일 오전까지 이어지며 1년차에서 10년차 등 모두 10명의 수강생이 다녀간다.
이 문인화 교실은 지난 2006년 9월부터 시작했다. 그의 정년 퇴임에 맞춰 당시 전북대 교수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송 작가는 “퇴임하고 여유 있는 시간을 의미 있게 활용하고 지역사회에서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그림에 미련이 남아 있는 사람의 염원을 도와주고 있다”며 “구태의연한 문인화가 아니라 현대적 감각을 지닌 문인화를 도내에서 알리면 말년에 보람 있겠다 싶어 시작했다”고 들려주었다.
보통 수강생은 2~3년간 운필(運筆)법과 용묵(用墨)법에 집중한 기본기를 다지고 이후에는 각자의 개성을 살린 작품 세계를 구축한다. 주로 사군자와 화조, 소나무 등을 먹과 담채를 이용해 변화, 통일, 균형 등 조형의 원리로 풀어낸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개인 전시를 통해 전공과 다른 미술작가의 길로 들어선 수강생도 생겨났다. 각각의 개인전과 함께 ‘선묵회’라는 이름으로 이미 2차례 회원전도 했다.
이날 윤 교수에 이어 출석한 김경희 씨(54)는 벌써 3년이 다 돼 간다. 현재는 소나무를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있다.
도립미술관에서 송 작가의 그림을 관람한 인연으로 수강하게 된 김 씨는 “아직도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는 사부님의 모습을 본받으려 한다”며 “항상 붓질도 하나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고 계시다”고 말했다.
송 작가는 심사를 받기 위한 대회는 ‘출품 금지’다. 변질된 대회 대신 전시는 환영이다. 아직도 상대적 요소를 결합하는 미학을 추구하고 원색의 오방색으로 사물의 본질을 나타내는 작품 세계를 고수하는 송 작가다운 지침이다.
송계일 작가는 김제 출신으로 신흥고와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미술학을 전공하고 1983년 전남대 예술대학에서 조교수를 거쳐 이후 전북대 예술대학 미술학과로 자리를 옮겨 2006년 8월 정년 퇴임했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국전에 ‘모무(暮霧)’로 입선해 화제를 낳았다. 이어 홍익대 미술대학에 수석 입학·졸업했다. 대학교 4학년 때 국전에서 ‘생활’로 특선하는 등 국전에 수 차례 입선했다. 1975년 제24회 국전에서 ‘화(和)’로 국무총리 상을 수상했다. 1973 전라북도 문화상, 1993년 목정 문화상을 받기도 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