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콩 발효식품과 콩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여러 가지 전통음식 중에서 유독 콩 음식을 귀하게 여기고 신성시했는지 궁금했다. 호기심은 콩에 대해 공부하면서 풀렸고, 알면 알수록 토종 콩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조상들이 콩을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지는 ‘풍년(豊年)’의 글자를 되새겨보면 알 수 있다. ‘풍(豊)’자에는 ‘콩 두(豆)’자를 썼다. 다른 농사보다 콩 농사가 잘 되어야 건강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70%는 물이고, 남은 30% 가운데 20%가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단백질은 세포의 주요 성분이며, 특히 면역세포를 생성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질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면역력을 기르는데 단백질이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이다. 몸을 표현하는 글자에서도 콩의 중요성이 나타난다. ‘머리(頭)’와 ‘몸(體)’에도 콩 두(豆)자를 썼다. 조상들은 그 당시에는 과학적으로 증명하지는 못했겠지만 체험적으로 단백질의 소중함을 알고, 손쉽게 단백질을 공급해주는 콩을 귀하게 여겼던 것이다. 된장과 청국장, 간장 등 다양한 콩 발효식품과 콩 음식으로 건강을 지켜온 것이다. 현대인 보다 더 우수한 과학적인 민족이었다.
콩은 그 열매를 맺는 과정도 이롭다. 콩은 박테리아와 상생하며 산다. 콩은 뿌리혹박테리아에 산소를 공급하고, 뿌리혹박테리아는 콩에 질소를 공급한다. 그래서 단백질을 만들게 하는 등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척박한 땅을 옥토로 만들고 오염된 공기를 정화시키는 작물도 바로 콩이다. 이렇듯 서로를 이롭게 하는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관계’를 보여준다. 콩의 속성이 우리가 추구해온 삶의 목적과 궤적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콩 꽃말은 “꼭 오고야 말 행복”이다.
북녘땅 끝의 ‘두만강(豆滿江)’은 우리나라가 콩의 원산지였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지명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이념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의 정신 또한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하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콩과 같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콩의 원산지인 우리나라에서 토종 콩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콩 자급률이 10%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더욱이 토종 콩은 발효시켜 섭취할 때 효과가 극대화가 된다. 감사하게도 우리나라는 발효식품을 만드는데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다.
늦깎이 만학도인 필자는 원광대학교 보건행정대학원 박사과정에서 발효된 토종 콩 식품이 국민 식생활과 건강 수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있다(온라인 설문 www.hssn.kr). 우리나라 토종 콩의 진가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는 착한 식품 콩,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콩 종주국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이뤄지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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