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5일 오후 1시, 전라북도지방변호사회(회장 황선철) 국제교류위원회 위원 9명이 서안을 방문했다. 한창 사드문제로 한국과 중국이 국제 외교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 협회 회장과 교류위원들은 나름대로 긴장했지만 막상 중국 변호사들을 만나보니 민간 차원에서의 찬 바람은 느낄 수 없었다.
서안국제공항에 도착한 이후 곧바로 호텔에 여정을 풀고 서안율사협회 회관으로 향했다. 곧이어 서안율사협회 요자기 회장과 주정 부회장 등 임원 4명과 우리 협회 국제 교류위원 9명이 서안율사협회 회의실에서 만나 약 2시간여의 협약식 및 간담회를 가졌다. 부족한 시간이지만 간담회 자리에서 많은 대화가 오갔다. 중국의 현재 법조현황, 중국의 형사사법제도, 중국의 법치주의와 한국의 여러 법률 제도들에 비교하기도 하고 상대국내에서 법조인의 역할, 법조인의 사회적 책무 등 많은 화제가 다뤄졌다. 비록 통역을 통해서 이뤄진 간담회였지만 새삼 많은 것들을 깨닫게 만들었다.
먼저, 중국은 생각보다 상당한 수준의 법치주의를 이뤄가고 있었다. 막연하게 공산국가이기 때문에 당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특히, 형사사법제도에 있어서 변호인이 수사단계에서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중국도 나름대로 법치주의의 틀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당과 공안이 사실상 모든 것을 주도하고 있을지 몰라도 나름대로 권력기관을 상대로 변호사가 활동할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새삼스럽기까지 했다.
이렇게 법치주의가 자리잡아가면서 중국 내 변호사의 사회적 지위도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는 듯 했다. 선배들의 말에 따르면 1990년 대 중국내 변호사의 지위는 한국의 실정과는 많이 달랐다고 한다. 변호사의 활동 공간이 좁으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2016년 현재, 중국 내 변호사들의 지위는 1990년대의 변호사들보다 많이 나아진 것 같다. 요즘에는 중국 사회에서 부정부패가 많이 사라져 돈(?)을 제대로 벌 수 없다는 이유로 젊은 변호사들이 법원 검찰보다 재야의 길로 가고자 한다고 하니 중국 내에서 변호사의 지위와 역할, 위상이 생각보다 급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다음날 오전에 서안 시내에 있는 찌이아쉔 로펌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 느낌이었다. 비록 2012년 초에 젊은 변호사 몇 명이 모여서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80여 명의 변호사로 이뤄진 서안시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로펌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특히, 서안에 우리 기업인 삼성전자 현지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며 한국 변호사들에게 우리 사회의 실정을 묻는 중국 변호사들이 부럽기도 했다.
지금 새롭게 시작하는 전북변협의 국제교류가 곧 결실을 맺지는 못하지만 언젠가 우리도 전라북도를 찾는 다른 나라 법률가들에게 그 나라 실정을 묻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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