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은 세계에서 서사시가 가장 많은 나라지만 유목의 잦은 이동으로 자료보존이 어려웠다. 하지만 장가르, 게세르, 항 하랑고이 등 장편서사시와 기타 중·단편 서사시를 포함해 약 700에서 800여개의 서사시가 있다. 몽골의 자연환경과 삶의 형태는 시(詩)를 잉태하고 시 낭송은 자연신앙의 발원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만큼 시와 시인에 대한 존경심과 정신적 우대는 높을 수밖에 없다.
몽골민주화가 시작된 1990년 초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몽골문학은 새로운 세대가 활발하게 형성되기 시작한다. 몽골 헌법이 제정되고 몽골사회주의 인민공화국이 선포된 것은 1924년이다. 이 시기, 몽골 유명시인으로 헹티아이막 바가노오르에 나착더르치가 있다면 돈드아이막 만달고비에는 시인이자 소설가인 보양네메흐가 있다. 그들은 1920년대에 함께 활동했다. 시인에 대한 존경심은 그들의 기념비를 세우고 추앙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만달고비에서 보양네메흐 기념비를 탐방했다. 몽골에서 생활하면서 몽골대륙을 횡단하는 중국과 러시아 단일노선 열차를 탓을 때, 나이든 기관사 바상자르갈 노인이 나착더르치의 시를 낭송하며 열차를 몬 것은 안전을 위한 발원이었을지도 모른다. 돈드고비 아이막 바트에르덴 지사가 앞서 말했듯이 ‘한국 시인들이 시를 낭송해 준다면 가문 고비에 비가 내릴 것이다’는 간청은 몽골인의 심상바탕에 내재된 고대몽골 자연신앙과 맞물려 21세기 현대문명과 공존하는 궤를 같이 한다.
△얼지트 초원의 나담
우리 일행은 고대부터 전통적으로 내려 온 민족축제의 하나인 나담을 참관했다. 부족형성시대부터 시작되었다는 학자의 견해가 있는 나담의 기원은 본래 쿠릴타이에 있다. 쿠릴타이는 15개 부족 족장들의 대규모 모임으로 중세몽골의 사회적 행사였다. 말달리기, 씨름과 활쏘기를 남성 3종경기라 부른다. 이는 나라의 힘인 군사들의 힘과 능력을 드러내는 기본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나담은 울란바타르와 각 지역 아이막 솜에서 일제히 열린다. 보통 7월에 열리지만 올해 만큼은 8월에 열렸다. 중국령 내몽골 자치정부도 8월이면 수도인 튱라오 초원에서 나담을 개최하여 칭기즈 칸을 회상한다. 지방이 아닌 몽골 울란바타르나 내몽골 튱랴오에서는 3종 경기 외에 전통 춤과 톱쇼르 연주 등 화려한 부대행사가 공연된다.
말달리기는 나담의 꽃이다. 15세 이하 소년들이 안장도 없는 어린 말로 경기를 갖는다. 15등까지 우승자들에게 정군수, 전용직, 김한창, 김제 김영, 한선자, 김월숙, 나혜경 등 우리 일행이 상장과 훈패를 직접 수여하는 갖기 힘든 체험을 했다. 그리고 우승한 말머리에는 비단천의 기원물인 푸른 하득과 황마(幌馬)페넌트를 장식해 주었다.
△고비사막의 바람 발자국
돈드고비 사막에 잔바람에 일어난 물결 같은 연속무늬는 바람 발자국이다. 드넓은 홍고린 사막은 모래폭풍이나 끊임없는 바람으로 시시각각 형태가 바뀐다. 하지만 펠트처럼 이어진 바위산맥이 턱이 되어 있는 고비사막의 형태는 크게 변화되지 않는다. 그 아래 반사막대지 게르 촌에서 우리는 머물렀다. 돈드고비 여정을 끝낸 우리는 고비사막의 바람 발자국에 우리들의 발자국을 남겨두고 울란바타르를 향해 한자락 투명망사가 깔린 것 같은 구름 그늘진 대초원 흙길을 달렸다.
몽골 땅에 터가 잡힌 한-몽 문학은 이제, 우물 밖 해외문학으로 자신의 문학지평을 열어갈 몸과 정신을 투자하는 개척정신을 가진 작가가 필요하다. <끝>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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