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삼천동 거마공원 습지 / 맹꽁이의 짝짓기·산란 장소 / 생존과 생명 권리 보장해야
긴 가뭄으로 속이 타는 것은 농부만이 아니었다. 농부 못지않게 간절하게 비를 기다려 왔다. 바로 멸종위기종이자 환경 변화에 취약한 맹꽁이다. 이들의 합창 소리는 긴 가뭄의 끝을 알리는 축포 소리다. 그들이 전주 도심 한복판에서 떼로 울어댔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둘러싸인 그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생명을 이어올 수 있었을까?
2008년 전북환경연합이 전주시 삼천동 거마공원에 만든 작은 습지는 맹꽁이의 짝짓기 성지가 되었다. 이곳을 찾은 양서류 전문가는 도심에서 이렇게 많은 맹꽁이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말했다. 눈으로 확인한 것과 울음소리로 추정해볼 때 200여 마리는 족히 넘는 것 같다. 몸을 있는 힘껏 부풀리고 울음 주머니가 터져라 울어대며 구애하는 수컷들. 하지만 수컷을 고르는 건 암컷이었다. 막상 수컷들은 암컷에게 잘 보이려다보니 물위에서 뒤뚱대기 일쑤였다. 마치 드라마에서 허세 부리다가 실속을 못 차리는 남성 캐릭터 같아 웃음이 난다.
올해는 짝짓기 후 산란 과정까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암컷 위에 올라탄 수컷이 앞발로 배를 누르며 물속으로 머리를 들어가면 암컷이 두 다리 사이로 수면위에 참깨를 뿌리 듯 알을 낳는다. 잠시 후면 알들은 올록볼록 비닐 포장재처럼 물 위에 펼쳐진다. 그 모양이 편대를 이룬 비행접시 같다.
그리고 하루 반 정도 지나면 올챙이가 되고 다시 2주에서 3주 사이에 뒷다리가 나오고 앞다리가 생긴다. 그렇게 대략 한 달이면 다 자란다. 다른 개구리보다 산란기도 늦고 걸음도 느린 맹꽁이, 성장 속도만큼은 전광석화다. ‘참 빨랐지 맹꽁이다’ 장마철에 물이 고인 웅덩이나 습지가 다 마르기 전에 얼른 자라야하기 때문이다.
맹꽁이놀이터가 자리를 잡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애초 습지를 계획했던 곳은 별다른 용도가 없는 사유지였다.
그런데 땅 주인은 맹꽁이 습지 조성 계획을 듣자마자 그곳을 메워버렸다.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강제할 방법도 없었다.
다행이 인접한 공원부지에 물이 고이는 습한 곳이 있었다. 전화위복이다 싶어 고인이 된 심재한 박사의 자문을 받아 대체 서식지를 만들었다. 30평 남짓한 습지에 금세 물이 차올랐다. 이제 맹꽁이만 오면 되겠다 싶었는데, 몇 년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설상가상, 습지까지 말라버렸다. 맹꽁이는 없고 쓰레기만 쌓여간다는 비난도 들어야했다. 어처구니없게도 습지의 수원은 새는 수돗물이었다. 공원으로 연결된 수도관의 누수를 잡고 나니 물길이 끊긴 것이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
전기를 써 지하수를 퍼 올리는 것은 생태적으로 온당치 않다 싶어서 도서관에 빗물 저금통을 설치했다.
그렇게 3년 정도 지나자 맹꽁이들이 몰려왔다. 뿌듯함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한편으로 원서식지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맹꽁이는 행동반경이 100~300m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서식지 주변에 택지나 도로 등 개발 사업이 벌어지거나 물이 오염될 경우 다른 곳으로 피하지 못한다. 장마철이면 흔히 들을 수 있던 맹꽁이 소리가 사라진 이유다.
따라서 맹꽁이가 울어 대고 짝짓기를 하는 곳은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대를 이어 살아 온 곳일 것이다. 어쩌면 거마공원의 진정한 주인은 맹꽁이일 수 있다.
헌법 개정을 위한 공론화가 시작되었다. 인간가치 중심적 헌법질서를 넘어 맹꽁이의 생존과 생명의 권리를 인정하는 생태민주주의 헌법이야 말로 촛불이 꿈꾸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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