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은 지루한 장마와 함께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는 달이다. 땡볕에 녹아내린 아스팔트는 더운 김을 모락모락 피워 올리고 있다. 그 위를 각종 자동차들이 열기를 내뿜으며 쏜살같이 질주하고 있다. 봄에서 여름으로 자연스레 시간이 이동하고, 마음 한구석에 뜨거운 불씨가 솟구친다.
삶은 죽음이 있어 소중하고, 사랑은 이별이 있어 아름답다. 만약 삶에 죽음이 없다면 삶은 그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죽음이 삶을 받쳐주기 때문이다.
인생에는 왕복 차표가 발행되지 않는다. 일단 한 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반드시 소멸하는 게 철칙이다. 그런데도 시간을 놓쳐버리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할 줄 아는 것이 부(富)나 재산을 슬기롭게 사용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하다.
시계를 본다. 밤 10시 2분. 잠시 후 10시 3분이 되었다. 다시 3분을 지나 10시4분, 5분이 되었다.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 시간. 시간이 흐를 때마다 나도 그 어디론지 떠나가고 있다. 따라서 10분쯤이야, 또는 20분 정도는 대충 보내도 괜찮다고 가볍게 여기면 엄청난 손실이 된다.
시간은 아무리 사용한다 해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시간을 함부로 써 버리면 그것은 많은 재산을 탕진해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고,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가 없다. 시간을 귀히 여기고 값지게 사용해야 하는데 우선 나부터 그러지 못했다. 후회막심해도 이미 흘러간 물이다. 정말 시간이란 황금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짧은 자투리 시간이라도 소중히 써야 한다. 그러한 시간들을 평생 모아 둔다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양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평생 쓸 수 있는 시간은 얼마인가? 우선 한국인의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계산해보자. 2015년 기준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 기대수명은 남자 78,98세 여자 86,17세다. 남녀 평균 82,06세이다. 하지만 기대수명을 2~3년 더 늘려 85세로 잡아보다. 하루 24시간을 30일 동안 쓴다고 했을 때 한 달 사용시간은 720시간이다. 1년365일을 사용하면 8760시간이다. 이것을 85년간 사용했을 때, 인간이 평생 쓸 수 있는 시간은 74만4600 시간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시간을 노동이나 기타 여가에 다 사용할 리가 없다. 잠자는 시간은 죽은 시간이기에 빼야 한다.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7시간이라고 할 때 85년간 잠자는 시간은 21만7175시간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인간이 생존 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수면 시간 빼고 총 52만7425시간이란 계산이 나온다.
시간은 인간의 운명은 물론 삼라만상의 생사까지 지배한다. 사람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시간이라는 족쇄를 찬 죄수다. 정녕 인간은 영원한 시간의 노예인가.
그래서 ‘물샐 틈 없이 조여오는/ 시간의 포위망을 뚫고/ 이웃집 아저씨가 달아났다/ 그는 지금 용인 공원묘지 산1번지/ 양지바른 곳에 반듯이 누워/ 안도의 숨을 쉬고 있다’(이상호 시인·이웃집 아저씨의 탈출). 시간과 운명에 대한 무시무시한 비유다. /신영규 한국신문학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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