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공부했다는 이들은 갑문을 통해 왔다갔다 했을 것이라 했다. 나는 다른 의견을 가졌다. 20여 년의 물막이 공사기간 동안 먹이가 있고, 암수가 있으니 번식하고 내측에서 살아온 것으로 확신했다. 갑문이 열릴 때 엄청난 속도로 물이 흐르는데 돌고래 정도의 포유류가 들락날락할 리 없기 때문이다. 환경단체에서는 물의 오염으로 상괭이가 죽지 않았나 염려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그때 생존했던 상괭이가 아직 그곳에서 새끼 낳고 잘 살고 있길 바란다.
그 겨울 상괭이와의 인연은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동물의 죽음만을 보던 나에게 상괭이들의 죽음은 그들의 삶과 생태계 전반을 이해하는 기회를 만나게 했다.
서해안에는 연평도와 칠산, 흑산도 등 3대 대표 어장이 있다. 그 중 칠산어장은 고군산도에서 위도, 영광에 걸쳐 있는데 부안(위도)과 고창 앞바다의 풍요로운 어장이었다. 새만금 방파제 공사로 부안 앞바다 칠산 어장 역시 어획고가 줄었음에도 칠산어장은 아직까지 많은 어민들에게는 보물과 같은 곳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이 칠산어장에다 서남해 해상풍력단지를 만든다며 작년부터 거대한 말뚝을 박고 있다. 서남해 해상풍력사업은 지난 2011년부터 정부 정책사업 일환으로 고창과 부안, 영광군 앞바다에 사업비 12조원을 투입해 2.5GW용량의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1단계 실증단계가 진행 중이다.
수심 10여m에서 말뚝을 박는데 수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물속에 사는 생물들이 어떤지 관찰해야 할 필요가 높다.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인 나는 칠산어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해상풍력 공사에 대한 우려가 깊다. 이유는 ‘상괭이’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많은 동물들을 잃었다.
평창올림픽 대표 동물은 백호와 가슴반달곰이지만 평창에는 없다. 표범과 늑대, 여우도 없고, 대륙사슴, 사향노루도 없거니와 그들의 가죽이나 뼈도 거의 남아있지 않다. 독도에 바다사자인 강치가 살았으나 1972년 마지막으로 확인됐다.
‘제돌이’로 잘 알려진 제주도 근처의 제주남방큰돌고래는 현재 추정 개체수가 124마리 정도라고 한다.
쇠물돼지라고도 불리는 상괭이(Neophocaena phocaenoides)는 또 다른 모습의 돌고래다. 등지느러미가 없는 돌고래로 쇠돌고랫과에 속하는 고래 중 하나이다. 몸빛은 회백색이며, 몸길이는 약 1.5m 정도까지 자란다. 돌고래 중에서 크기가 매우 작은 종류이다. 세계적인 보호종으로 우리 서해 앞바다에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다. 2005년에 3만 마리였던 상괭이 수가 2011년 1만여 마리로 줄었고 상괭이를 해양수산부에서 2016년에 보호종으로 지정했다. 상괭이가 있다는 것은 연안에서 가장 상위 포식자로 어족자원이 풍부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새만금으로 갯벌은 없어지고 어족자원은 전에 비해 턱없이 줄고 있다. 상괭이가 주로 출몰하는 보존의 가치가 높은 서해의 칠산어장에다 왜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하려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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