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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마더웰-비가’전] 삶과 죽음의 극명한 대비

스페인 공화국에의 비가 163번, 1979 - 1982, 합판 위에 아크릴, 콘테, 크레용, 59.1 x 74.3 cm.
스페인 공화국에의 비가 163번, 1979 - 1982, 합판 위에 아크릴, 콘테, 크레용, 59.1 x 74.3 cm.

미국 현대미술작가 로버트 마더웰(Robert Motherwell, 1915~1991)의 ‘로버트 마더웰-비가’전이 6일부터 5월 12일까지 서울 삼청동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로버트 마더웰은 마크 로스코, 빌럼 데 쿠닝, 잭슨 폴록 등과 함께 미국 추상표현주의를 주도했던 화가 중 한 사람으로 그의 작품이 세계 유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1915년 미국 워싱턴주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로버트 마더웰은 스탠포드와 하버드대학에서 철학을, 콜롬비아대학에서 미술사를 수학했다. 마더웰은 하버드대학에서 스피노자의 ‘윤리학’을 공부하고 시민권, 스페인내란 등과 같은 정치적 이슈를 접하게 된다. 1939년부터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또한 저술가, 기획자, 비평가로서 뉴욕을 중심으로 미국 모더니즘의 핵심적인 인물로 활약을 펼친다. 그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초현실주의 화가들과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자동기술법’에 매료된다. 자동기술법은 무의식의 창조적 힘을 예술로 표현하는 기법으로 임의적이고 즉흥적인 붓질로 구사한다. 그가 자동기술법으로 그린 대표작이 바로 ‘비가’ 연작이다.

마더웰은 1948년부터 스페인내란(1936~1939)에서 받은 영감을 ‘스페인 공화국에의 비가 (Elegy to the Spanish Republic, 1948~1990)’ 시리즈 100여 점을 40여 년에 걸쳐 발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1958년부터 1985년까지 연작과 판화 23점이 펼쳐진다. 내란의 희생자 애도가 작품제작의 주요 동기였지만 이 연작은 전쟁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의 삶과 죽음의 문제, 그 극적인 대비가 주제다. 검은색은 죽음과 불안을, 흰색은 생명과 약동을 의미한다. 스페인내란을 피카소는 ‘게르니카(1937)’로 입체적으로 표현했다면, 마더웰은 회고적이며 추상표현주의로 구사했다. 그는 비평가들이 자신의 그림에 대한 여러 해석에 대해 “현실 세계의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온전히 정신세계에 대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번 전시는 강렬한 흑백의 ‘삶과 죽음의 극명한 대비’다. 검은색으로 칠해진 화폭은 한국화의 수묵화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삶과 죽음의 무게감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반면에 그의 ‘비가’ 연작 외의 작품 중 ‘콜라주’는 삶의 예측불허한 다이내믹이 발산된다. 인간의 삶은 죽음과 생명이 공존한다는 진실에 대해 생각하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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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진 bo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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