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범기 전북도 정무부지사가 오는 19일이면 취임 한 달을 맞는다. 기획재정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관료출신인 그는“중앙에서 소외돼 온 ‘전북’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며“지금이 전북 자존의 시대에 대한 인식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적기”라고 강조했다. 우 정무부지사는 전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틀과 정서를 뛰어넘는 이성적인 판단과 역지사지의 자세를 강조했다. 전북의 전략적 재정집행과 사업을 만드는 데에도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가 고향 전북을 바라보는 시각은 객관적이고 냉철했다. 그러나 그 속내에는 임기동안 전북의 위상을 세우고 데 일조하고 싶다는 열망과 애정이 엿보였다.
△우선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지난달 취임하신 후 한 달이라는 시작이 훌쩍 지나갔네요. 당시 정무부지사직을 맡고자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요.
“30년 간 중앙부처에서 활동하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제가 가진 노하우와 경험을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쓰고 싶다는 것 이었습니다. 기획재정부에서는 항상 ‘효율성 제고’라는 기치 아래 이성적인 판단을 최우선으로 뒀습니다만 그 안에서 나타나는 ‘양극화’문제는 공직자로서 꼭 풀어야 할 숙제 같은 것이었지요. 특히 고향을 위해 헌신하고 싶은 마음은 늘 제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직접적인 연고가 없었음에도 광주 경제부시장을 맡았던 이유도 지방행정에 대한 평소의 관심 때문이었습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제 바람이 닿았던 것인지 운이 좋게도 송 지사님께서 전북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제안해주셨고 기꺼이 응했습니다.”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전북의 예산 혈맥을 뚫어줄 것이란 기대가 큽니다.
“예산은 기본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떻게 집행하느냐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국가예산 확보와 집행에 대한 도의 전략부터 꼼꼼히 되짚어볼 계획입니다. 기재부와 민주당 예결위원으로 일할 당시 가장 안타깝게 생각했던 점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부재였습니다. 국가예산을 많이 따려면 철저히 국가 전체적인 시각에서 전략을 준비해야 합니다. 현 정부가 지향하는 국정방향에 부합하는 사업이라든가, 중앙부처가 필요로 하는 사업을 발굴하거나 기획할 때 국가예산에 반영될 가능성은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죠. 앞으로는 국가예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이런 부분을 고민하고 세심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기재부와 민주당 예결위에서 쌓은 인맥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입니다.
△중앙에서 활동하며 지켜본 전북의 모습은 어땠나요.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예전 같지 않은 위상에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 중 특히 ‘호남’으로 분류되면서 전북의 위상이 확립되지 못하면서 도세가 쉽게 회복되질 않았다고 봅니다. 독자적인 권역으로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하다 보니 중앙정부나 정치권의 관심 순위에서도 상대적으로 전북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어요. 이러한 시국에 지사님께서 ‘전북 몫’ 찾기를 적극적으로 주장하시면서 중앙의 시선이 달라졌어요. 전북을 새롭게 바꿀 변곡점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지요. 저는 이때 우리가 풀어야 할 현안을 더욱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취임 후 가장 먼저 와 닿은 전북의 어려움은 무엇인지요.
“경제적 문제지요. 특히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결집력’이 중요한데 우리가 뭉쳐야 할 때 제대로 뭉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북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우리의 취약점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분석을 통해 정확한 미래 비전을 정립하는 일부터 선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토론하고, 목표가 정립되면 힘을 합쳐야 하는 데 그러한 구심점을 찾기가 어려워 보였습니다. 이런 일들은 몇몇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공직자를 비롯해 전북도를 비롯한 모든 구성원들, 언론, 시민사회단체, 학계의 참여와 의지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싸우더라도 때로 양보할 부분이 있으면 전북의 미래를 위해 공동체 정신을 갖고 대승적으로 양보하는 과정이 활발하게 이뤄져 도민의 에너지를 집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임기 내에 꼭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입니까.
“가장 큰 현안은 새만금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시작되면서 새만금 개발에 속도가 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호기를 최대한 활용해서 성과를 극대화해나가야지요. 지역내부의 균형발전에도 관심이 큽니다. 특히 동부권역은 전북에서도 상대적으로 어렵지요. 전북은 지역소멸 위기를 맞닥뜨리고 있고, 특히 동부권은 직격타를 맞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더 욕심을 낸다면 도청 공직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입니다. 수도권에 비교해 경제와 사회 규모가 작은 지방일수록 지역발전에 있어서 공공 부문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공직자들이 지역발전을 선도한다는 신념과 자부심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정의 미래 청사진을 제대로 그려나갔으면 합니다. 저의 임기는 고작 몇 년에 불과할 수 있지만, 도청의 일반 공직자들은 적어도 20년 이상을 지역과 도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부분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대형 행사를 치를 수 있는 회의시설이 부족한 점도 해결하고 싶은 문제 중 하나인데요. 물론 저는 물론이고 도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만, 중앙부처나 기업에서 바라볼 때 전북에서 행사를 하려면 마땅한 시설이 없어 광주와 전남이 그 몫을 많이 가져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제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전북을 대표할만한 컨벤션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고 봅니다.”
△지사와는 어떠한 부분에서 가장 많이 소통하고 계시는지.
“경제와 예산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책임의식을 갖고 열심히 노력해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저는 지사님과의 소통과 함께 도정방향과 비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언론과 의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삶의 현장에 계시는 도민 분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광주 부시장 시절에도 수행원 없이 혼자 현장을 찾아가 정책 아이디어를 찾는 일을 즐겨 하곤 했습니다. 전북에서도 시간 되는대로 수행원 없이 현장 곳곳을 둘러볼 생각입니다.”
△특별히 도민들에게 전하고픈 말씀이 있으시다면.
“지금 전북을 둘러싼 여건이 녹록하지 않습니다. 인구도, 지역의 활력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선조들이 물려주신 이 땅이 앞으로도 아름다운 삶의 터전으로 남을 수 있으려면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과거의 홀대와 서러운 기억에 매몰되지 말고, 희망을 먼저 얘기하는 분위기를 도정에서부터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전북의 미래가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마음으로 도민들이 함께 나서주신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우범기 전북도 정무부지사는
우범기 정무부지사는 부안 출신으로 전주 해성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 1991년 행정고시(35회)를 통해 공직에 발을 들였다. 그는 이후 기획예산처 재정분석과장, 통계청 기획조정관, 광주광역시 경제부시장, 기획재정부 장기전략국장 등을 지냈다.
특히 2010년부터 3년 연속 기재부 직원들이 뽑은 ‘닮고 싶은 상사’ 1위에 올라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레전드 우’라는 별명도 이때 얻었다. 우 부지사는 직설적이고 솔직담백한 성격으로 언행에 꾸밈이 없고, 격의 없는 소통을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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